▲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엄태웅이 18개월 된 딸을 데리고 화장실에서 기저귀를 가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
정부는 2010년 5월 남성화장실에도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철도역, 도시철도역, 공항시설 등 공중시설 남성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신축 건물이나 증·개축의 경우에 한하고 있는데다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인해 남성 화장실의 기저귀 교환대 설치는 시행 5년째인 지금까지도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공공시설인 대전시청과 대전도시철도 역사의 남성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다른 공공시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도 남성 화장실에서 기저귀 교환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대전도시철도의 경우 최근 시로부터 남성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 설치를 검토하라는 공문을 받고 설치 여부를 검토중이라는 설명이다.
'수유실이 설치돼 있기에 남성 화장실에까지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혼자서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 남성들에게는 수유실 역시 '금남(禁男)의 방'이자 '그림의 떡'이다. 수유실에 칸막이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보니 여성이 모유 수유를 하고 있으면 남성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남성들도 수유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수유공간과 휴게공간을 분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가 지난해 11월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을 통해 대전지역 수유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요 공공시설 13곳 중 대전시청과 유성구청의 수유실은 수유공간과 휴게공간이 분리돼 있었으나 그 외 공공시설은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았고 수유실이 아예 없는 곳도 4곳에 달했다.
시민참여형 모니터링에 참여했던 대전YWCA 김지찬 간사는 “TV에서 엄태웅이 기저귀 교환대가 없어 끙끙 대는 모습을 보며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다.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인해 남성이 육아를 분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남성들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간사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남자화장실 기저귀 교환대 설치와 수유실 환경 개선 같은 손톱 밑 가시부터 뽑아주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의 주혜진 센터장은 “아빠들의 육아참여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남성육아를 지원해주기 위한 인프라는 아직 덜 이뤄졌다. 갈 길이 먼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 센터장은 “다만 희망적인 것은 예전에 비해 행정기관이나 지자체들이 여성친화적, 가정친화적 도시를 만드는데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서구에서도 '가족 화장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고 대전시에서도 여성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좀 더 실질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구가 추진하고 있는 '가족 화장실'은 도마·변동재정비지역에 들어서는 다목적체육관 내에 설치된다. 내년 1월 준공 계획이다. '가족 화장실'은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된 공간이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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