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카베루왁 대표가 인도네시아 커피농가를 방문했을 당시 만난 노동자들을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사업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커피를 즐겨 마셨던 한 대학생은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태국 배낭여행에서 접한 커피농가와 무역상 간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 및 제대로 된 이익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삶에 큰 충격에 빠졌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대학졸업과 동시에 농가와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이익 보장과 그들이 만든 커피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령 카베루왁 대표(30)의 얘기다. 본래 이 대표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으로 한 경제학도다.
이윤 추구와 실리를 추구하는 학문인 경제학을 배운 그가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쟁에 레드오션이나 다름없는 커피 사업계에 가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27일 기자와 만나 “한 카페 사장님의 권유로 커피의 다양한 맛과 향미에 빠져 커피에 빠졌었다”면서도 “그러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여행에서 접한 커피 농가의 암울한 현실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 비싸다고 여겨지는 커피가 현지에서 판매 확로가 적어 관리 미흡 등에 일부 버려지거나 수출상들이 영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농가들에게 적은 금액에 매입한 뒤 3~4배의 비싼 금액으로 외국에 팔아 자신들의 이익만 부풀리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때문에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보단 대학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친구와 함께 원두를 직접 수입하고 틈틈이 현지 농가들을 찾아 자신과 상생적 사업으로 키우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학 재학때 터키와 투르크메니스탄, 감비아 등 비영어권 친구들이 기숙사 내부에만 머물거나 자신들끼리만 어울리는 등 소외되는 모습에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들과 모임을 시작했다”면서 “그 중에 한국에서 성공을 바라는 친구들로부터 여러가지 사업을 제안받았는데, 그때부터 사회적 기업을 꿈꿨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는 대전 월평동에 위치한 매장에서 주 1회씩 커피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주위에서의 권유도 있었지만,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에게 선 경험자의 입장에서 멘토가 되어주겠다는 생각에서다.
아울러 사람들에게 커피 한잔에 든 가치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것도 한 이유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일부 루왁커피 농가에서 벌어진 사향고향이 학대가 보도됐는데, 모든 농가가 그러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향고양이들에게 좋은 환경과 충분한 영양분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다”고 피력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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