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당 측은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상대가 당의 본산인 호남인데다가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추진 과정에서 광주 등 호남권과 한차례 충돌한 바 있기 때문.
또 같은 당 소속인 박혜자(광주 서갑)·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 등 호남권 국회의원들이 최근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에 서대전역 경유 폐지를 잇달아 촉구하면서 자칫 힘의 논리에 서대전역 경유가 무산될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 반(反)야당 정서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권선택 대전시장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서대전역 경유 존치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과 관련 공약 미이행에 따른 중구민 표심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아울러 지난 2005년 오송역이 호남선 KTX 분기점으로 결정될 당시인 17대 지역 국회의원이 모두 현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었던 점에서 책임을 면키 어려운 것도 한 이유로 해석된다.
이런 탓에 야당은 밖으로의 연대 행동이나 강경 입장을 표출하기보다는 국토부와 철도공사 등을 상대로 한 물밑 설득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대전시당도 지난 2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호남 입장을 반박보다는 “정부가 KTX 호남고속철도의 건설 취지를 살리면서도 노선결정으로 인한 각 지역의 상실감을 최소화하고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충북도도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하고 있는 뜻이라 대전 국회의원 및 시당 측은 갈수록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전시가 생각하는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노선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당은 서대전 경유와 관련 중앙당의 조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박범계 대전시당위원장이 당 지도부를 만나 중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야당보다 상대적으로 다급함이 덜하다.
다만, 호남권의 압박으로 서대전역 경유가 무산됐을 때 닥칠 정치적 후폭풍에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는 서대전역이 위치한 중구가 당내 원로이자 최다선인 강창희 의원의 지역구인 탓으로, 지역을 대변해야 된다는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김무성 대표가 지난 20일께 전북 방문에서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에 반대했다는 보도에 “경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다급히 해명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신에 새누리당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호남선 서대전역 경유 논란과 연계된 충청·호남권 광역단체장 6명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고, 국회의원의 경우 호남은 말할 것도 없고 충청권 역시 절반가량이 속해있다 보니 새정치연합 집안 싸움으로 치닫는 형국”이라고 지적하며 “더는 갈등이 확산되기 전에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조정과 중재의 적임자인 새정치연합이 적극 나서라”고 책임을 야당 측에 돌렸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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