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각종 폐기물 처리시설이 집중돼 마을 앞 신작로는 덤프트럭에 눌려 메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졌고, 시멘트 가루부터 음식물쓰레기 냄새까지 진동한다.
주민들은 이곳에 네 번째 건설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필사적으로 막아섰고, 시 정책에 떠밀려 외곽으로 옮겨야 하는 해당 기업도 공장 이전에 절박하게 매달리고 있다.
대전 오월드를 지나 충남 금산에 닿기 전 대전시의 땅끝마을 중구 어남동은 이미 건설폐기물 처리시설 집합소로 여겨지고 있다.
폐아스팔트와 폐콘크리트를 가져와 분쇄 후 건축 골재로 재생산하는 '중앙아스콘'과 '대림공영'이 현재 어남동에서 운영 중이고, 시멘트가루를 생산하는 '대전레미콘'도 이곳에 위치했다.
이번에 건설폐기물 처리시설인 '대덕아스콘환경(주)'이 대화동의 대전산업단지에서 이곳으로 옮겨오면 대전 건설폐기물 처리용량(8120톤/일) 중 80%가 어남동에 집중되게 된다.
지금도 폐콘크리트 등을 실은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마을 앞을 지나면서, 마을 신작로는 곳곳이 갈라졌고 분진과 소음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어남동의 왕복 2차선 도로는 충남 금산의 경계선에서 막힌 막다른 길로 덤프트럭은 들어온 길을 통해 그대로 되집어 빠져나가야 해 통행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신채호 생가지 앞에서 거주하는 박덕용(50)씨는 “채석장이 있을 때 돌가루가 안개처럼 마을을 뒤덮어 고통을 겪었는데 같은 자리에 이번에는 건축폐기물 처리시설이라니 주민들이 깜짝 놀랐다”며 “지금도 이곳을 폐기물산업단지로 지정해야 할 지경인데 더는 못받아 주겠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전산업단지 재생사업으로 기존 사업지를 잃게 된 해당 업체도 공장 이전에 절박하게 매달리고 있다.
시가 대전산단 재생사업에서 도심 부적격 시설이라며 도시외곽으로 이전하도록 결정하면서 대덕아스콘환경은 중구 어남동에 부지를 매입했고, 대법원까지 진행한 2년간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상황이다.
건설폐기물의 하루 처리능력이 대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보다 많다는 주장과 환경오염, 주민 민원 등의 이유는 고법과 대법원에서 각각 폐기물처리시설의 불허가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대덕아스콘환경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주택과 300m 이상 떨어졌고, 산과 나무로 가려져 있어 소음과 분진이 규정보다 낮을 것임을 법원에서 인정받았다”며 “대전산단 재생사업의 이전 대상업체 중 저희가 첫 번째로 외곽에 부지를 확보했고, 반드시 옮겨야하는 상황이나 기관 협조가 아쉽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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