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CEO 인터뷰] 박률 우석건설 기획조정실장
사업의 승부 가르는 건 품질, 최고 상품 만들어야 공실 없애
수요자 만족 우선으로 지으니 불황에도 2주만에 분양 완료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말이다. 이는 충청지역의 중견 건설업체로 성장해온 (주)우석건설 박해상 대표의 인생관이기도 하지만 그의 아들인 박률 우석건설 기획조정실 실장(전무)에게서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가치다. 우석건설이 1992년 창립한 이후, 도로, 교량, 항만, 터널, 택지, 상하수도와 같은 토목사업과 공공청사, 문화예술회관 및 교육연구시설 등의 건축사업, 하수종말처리장, 폐기물 처리시설 등의 환경, 플랜트사업 등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저력이다.
근면성실과 창의력 개발이라는 사훈을 마음으로 되새겨온 박률 실장은 지난해 6월부터 우석건설의 자회사인 (주)우석디엔씨 대표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제는 박해상 대표의 아들이 아닌, 기업의 미래를 새로운 시각으로 키워나갈 젊은 CEO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겸손과 배려를 미덕으로 알고 있는 박율 전무는 회사의 비전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생각, 행동을 하루하루 꼼꼼히 적고 수정하며 내일을 설계하고 있다.<편집자 주>
-대부분의 건설인들이 지난해를 어려운 해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비단 지난해 뿐만 아니라 건설업은 어려운 시기를 숱하게 겪어왔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경영 노하우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석건설 직원들은 지난 IMF(외환 위기)때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에는 일반화됐던 연대보증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당시 100억원 이상을 갚아나가야만 할때 월급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던 직원들이지만 그때마다 버텨준 것이 지금의 우석건설이 있게 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중소기업은 직원들에게 일을 분담시켜 자기 일에만 전념하도록 하기에는 여력이 없다. 이게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우리는 또다른 장점으로 변화시켰다.
토목, 건축 등 현장의 일을 구분하지 않고 다같이 일을 도와줬던 것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박해상 대표의 곁에서 경영을 배워오면서 우석건설의 우여곡절을 함께 지켜봤을텐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건설경기가 어려워지고 관급공사도 줄어들면서 매번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아무도 사지 않는 땅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했을 때,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믿고 따라와준 직원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전직원이 자발적으로 헌신하면서 홍보에 노력하고 '하나라도 계약시키자'라는 마음이 성공적인 주택 분양의 결실을 맺게 했다.
누구나 다 개발된 지역에서 사업을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 그것도 대기업이 선택하지 않는 곳, 그곳을 간과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한 아버지의 뚝심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다행히 운도 뒤따랐다. 결국 품질이 승부를 가른다는 생각에 품질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지켜봐왔다.
성공을 꿈꾸지만 정치, 사회 등의 요인이 성공의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그때부터 고민하게 됐다. 그럴 수록 더 나은 집을 지어야 한다는 마음은 강해졌다.
이 가운데 현재 본사가 입주해 있는 서구 둔산동 오피스 빌딩을 건축할 때가 생각난다. 2000년대 초반께 당시 현대아이텔을 비롯해 아너스빌 등 오피스 빌딩의 분양이 저조하기 때문에 모두가 분양시기를 늦추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는 원하는 상품이 없어서 안된 것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입주자가 원하는 건축물을 내놓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결국 복층형 최고급 오피스 빌딩을 건축했고 각 호실별로 대전에서는 풀옵션을 최초로 도입해 수요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애를 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공급 2주일만에 분양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까지도 이 건물은 공실이 1주일을 넘기지 않는 오피스빌딩이라는 명성을 안고 있다.
-업무를 할 때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건물의 공실률을 없애기 위해서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점을 최대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해외에도 나가봤지만 오히려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국내의 다양한 주택이나 상업용 빌딩을 주로 샘플링한다.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지방의 좋은 상품의 장점만을 선별해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 단순히 현황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주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는 그동안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 그대로 접목한다. 건축공학도로서 설계에 필요한 CAD 자격증을 취득한 만큼 설계자에게 직접 디자인 등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설계된 도면을 직접 재수정해 설계자들에게 제시하는 만큼 수요자 맞춤형 설계부터 참여하고 있다. 말로 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는 그림을 그려 소통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보니 일하는 사람의 편의보다는 실제 사용자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일하는 사람이 먼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공사기간 동안 힘들면 되지만 건물을 이용하고 거주하는 사람은 더 오랫동안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가 먼저라는 생각을 본인은 물론, 임직원 모두가 갖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 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보면서 생각해 왔던 것인데, 자녀에겐 좋은 아빠, 아내에겐 좋은 남편, 부모에겐 좋은 아들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소박한 꿈이라고 본다. 하지만 쉽지 않은 꿈이라고 생각한다.
주중에는 머리가 차가운 CEO로서 회사일을 맡고 있지만 주말에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어느새 변해있다.
무엇보다도 인생이 나보다는 주변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배려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인생관과 맞닿아있다. 직원에게도 직급 상관없이 먼저 인사하고 오히려 직원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약자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철학과도 같다.
사실, 아버지의 아들로서가 아닌, 경영자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우선 직원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경영자는 무능한 경영자가 될 수 있어서다. 인정 받기 위해 능력을 키우기도 하지만 함께 해야 할 것은 직원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누구든 인정을 받으려면 남을 먼저 인정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 한 명 한 명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조직원들의 꿈을 키우고 실현시켜주는 게 경영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날이 머지 않았다.
일적인 면만 강조했는데 가정에서도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가족과 함께 주말 여행을 많이 떠난다. 다만 무조건 여가를 즐기기 보단, 일과 연관된 건축물을 둘러보는 등 생각은 일과 멀어지지 않는다.
-젊었을 때 해외여행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고 들었다.
▲20대에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위스, 독일, 프랑스, 영국 지역을 순회하며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경영에 대한 관심이 많아 그곳에서 많은 생각을 담아오고 싶었다.
관광지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그 국가의 사람들이 평상시 생활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을 다녔다.
그 가운데 배운 점은 사람은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생활은 다르지만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큰 테두리 내에서 동일하다는 얘기다.
인격 존중, 인간의 존엄성은 세계 어느 곳이든 존중돼야 한다는 가치다. 이를 통해 경영에서도 사람 한명 한명이 소중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기쁘게 해준다는 점을 여행을 통해 알게 됐다.
-쌍둥이 아버지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는 3월이면 쌍둥이가 태어난다. 매우 소중하게도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하게 된다. 더 많은 것을 원하기보다는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서 스스로의 힘으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자라나길 바란다.
이미 6살 난 딸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형제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음에 1명 정도 더 아이를 가져볼 생각이다.
가화만사성이 바로 아이들에게서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인가.
▲원래 가훈이 있는데 '후회없는 삶을 살자'였다. 이 말은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든 열심히 해서 후회를 남기지 말고 만약 후회를 할 게 있다면 제대로 후회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행동이 중요하다'로 가훈이 바뀌었다. 이제는 그것이 인생의 좌우명이 됐다.
모든 것이든 생각을 하지만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우석건설의 사훈은 '변화, 혁신, 도전'이어서 이를 위해서라면 행동은 필수조건이다. 더불어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무슨 일이든 행동을 하되 불법적이거나 편법을 써서는 안된다고 본다. 목적을 위해 과정이 무시될 수 있다면 직원들의 꿈을 함께 실현시킬 수 없을 것이며 더 나아가 그동안 쌓아왔던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생각이 바로 10여년 전 건설업에 몸을 담게 된 초심이다.
대담=김재수 취재2부장(부국장)
정리=이경태·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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