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빌려준 통장… 금융사기 공범될 수도

통장·현금카드 등 불법대여땐 '방조죄'… 3년이하 징역·2천만원이하 벌금 받아 계좌 개설·인터넷뱅킹 제한 등 불이익… 대출·취업 이유 통장 요구땐 신고해야

●지난해 대포통장 금융사기 4만건 돌파

금융사기의 편취수단으로 활용되는 대포통장이 정부의 꾸준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포통장을 활용한 금융사기가 4만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지역농협과 우체국에 집중됐던 대포통장이 시중은행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대포통장 증가에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편집자 주>

▲대포통장 발생건수 매년 증가=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포통장 발생 건수(피싱사기 기준)는 2012년 3만3496건에서 2013년 3만8437건, 2014년 4만4705건으로 증가했다. 금감원은 대출사기까지 포함할 경우 약 8만4000건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년간 지연인출제도 도입,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 대포통장 의심거래자 예금통장 개설절차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대포통장 근절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도 금융사기에 활용되는 대포통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포통장 발생은 종전의 농협단위조합, 우체국, 증권사에서 은행권(농협은행 제외)으로 다시 옮겨가고 있다. 이는 농협과 우체국, 증권사에 대한 감독·지도 강화 이후 여타 은행권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데에 따른 현상이다.

특히 의심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신규 개설보다 기존 통장 활용이 증가하면서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대포통장 중 은행권 비중은 2013년 41.7%, 2014년 상반기 36.1%로 집계됐지만 2014년 하반기 60.9%로 크게 증가했다.

2014년 8월 이후 은행권 비중이 급증해 12월에는 76.5%까지 늘어났다.

새마을금고 비중도 2013년 4.5%, 2014년 상반기 6.7%, 2014년 하반기 14.1%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농협단위조합, 우체국, 증권사의 비중은 2014년 상반기 55.5%에서 2014년 하반기 21.3%로 크게 감소했다.

신협, 저축은행 등 비중은 다소 증가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을 제외한 전 은행에서 대포통장 발생이 확대됐다. 농협은행의 대포통장 비중은 2013년 17.8%, 2014년 상반기 12.9%, 2014년 하반기 2.5%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농협은행을 제외한 은행권 비중은 2013년 23.9%, 2014년 상반기 23.2%로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다 2014년 하반기 58.4%로 크게 증가했다.

▲금융당국 대응책 조속 추진=최근 금감원은 대포통장 증가하고 있는 금융사(은행 및 새마을금고연합회)의 고위급 임원과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금감원은 대포통장 증가 원인 분석 및 개선책을 긴급히 마련하고 전사적으로 적극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풍선효과 재발방지를 위해 여타 금융권역에 대해서도 대포통장 근절대책 이행상황을 자체 점검토록 지난 14일 지도에 나섰다.

또한 금융당국은 장기 미사용 통장의 현금자동입출금(ATM)기 거래시 현금인출 한도를 현행 600만원에서 낮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피해신고 이전 단계에서의 입금은행과 송금은행을 연계한 의심계좌 일시 지급을 정지하는 등의 대책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원평가시 대포통장 의심거래에 대한 계좌개설 거절 등으로 인한 민원 제외를 명문화했으며, 대포통장 개인 명의인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금융거래 제한(비대면 인출거래 제한, 1년간 신규계좌 개설 금지 등)을 법인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대포통장 근절에 대한 홍보에도 적극 나섰다. 금융권 공동으로 홍보협의회(가칭)를 구성하고 대포통장 불법성 등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홍보를 지속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고령층, 군인, 젊은 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공영방송을 통한 광고(공익광고)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피해 사례 및 예방 등에 관한 금융교육을 집중 실시하기로 했다.

▲대출 빌미로 통장요구 즉시 신고해야=아무리 급하더라도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선 안된다. 대포통장 사기에 이르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대포통장을 활용한 금융사기가 발생했을 경우 사기범 뿐만 아니라 통장 명의자도 민·형사상 책임과 각종 금융거래 제한조치를 지게 될 수도 있다. 대포통장을 빌려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피해액의 30%를 물어줘야 한다는 판례(서울동부지법 2010가단50237)도 나왔다. 이 밖에 1년간 자유입출금 계좌 개설이 금지되고 평생 인터넷뱅킹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대출을 받을 때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대가의 수수가 없더라도 대포통장 명의인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며, 대포통장을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전자금융거래법 상 양도가 금지되는 접근매체를 사기범에게 교부해 범죄행위를 방조한 책임을 물어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30% 인정한 판례도(서울동부지법 2010가단50237) 나왔다. 전자금융거래를 위한 접근매체의 양도·양수·대여·보관·전달·유통·질권의 설정 및 이러한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에 대해 3년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이밖에 통장(카드) 양도이력이 있는 고객은 향후 1년간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계좌 개설을 제한받게 되며 피싱사기 및 대출빙자사기에 이용된 계좌는 즉시 지급정지, 해당 명의인의 전 계좌에 대한 비대면인출거래 제한 등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된다. 또한 신용카드 발급 및 대출취급 심사 등 금융거래 시 통장 양도 이력 고객 정보를 심사 참고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대출·취업 등을 이유로 통장(카드)양도를 요구하는 행위는 대포통장 취득 목적의 사기이므로 일절 응대하지 말아야한다. 만일 통장을 양도한 경우에는 즉시 발급 금융회사에 거래(지급) 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해야한다. 신분증, 인감증명서 등의 전달로 추가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금융감독원(국번없이 1332)을 통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