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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천안학교 평준화되면 어떻게 바뀔까?
하. 갈등 봉합하고 힘 모으자!
찬성 73.8%의 여론조사 결과로 2016년부터 시행될 줄로만 알았던 천안지역 고교평준화가 지난해 충남도의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도교육청은 천안 학생들의 차별을 없앤다는 의지로 올해 초 관련 조례 개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도의회와 도교육청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오는 27일 열리는 제276회 도의회 임시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본보는 세 차례에 걸쳐 고교평준화 실시를 위한 추진상황과 관련 문제에 대한 갈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교복만 보면 누가 공부 잘하는지, 못하는지 한 눈에 구별이 돼요.”, “천안에서 자녀 고등학교명을 물어보는 것은 큰 실례예요.”
전국 16개 시·도 중 유일한 고교 비평준화 지역, 인구 50만 이상 도시 중 유일한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천안의 시민들이 언젠가부터 심각한 말투로 흔히 하는 말이다.
교복만으로 학생의 성적이 파악되고 서로 생활상까지 예측하는 등 암묵적으로 지나친 학교 서열화가 진행되자 주민들 사이에선 2005년부터 고교 평준화 시행에 대한 주장이 나왔고, 2012년께부터는 본격적인 바람이 불었다.
여론을 감지한 당시 김종성 도교육감은 천안 고교 평준화 시행에 대한 준비에 나섰다. 김 전 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 선거 때 “평준화와 비평준화를 단순하게 흑백논리로 비교해서는 안 되며 많은 시민들이 장·단점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단점을 보완해 성공적인 상향식 평준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윽고 2012년 7월20일 도의회는 주민 여론조사 찬성률 65% 이상이면 평준화를 시행한다는 취지의 조례를 공포했다.
도교육청은 천안 고교 평준화 시행을 위한 준비에 나섰고 2013년 11월8일부터 12월6일까지 학생과 학부모 등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같은해 12월17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려 73.8%에 달하는 찬성률을 보이며 2016년 천안 고교 평준화 실시가 기정사실화 됐다. 하지만 충남도의회는 2014년 10월 13일 본회의에서 '충남도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부결했다.
찬성 14, 반대 19, 기권 5표였다.
앞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교육청은 2014년 8월14일 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해 10월6일 상임위인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였다.
도의회가 여론조사를 전제로 조례까지 공포한 내용을 반대한 이유는 준비미흡과 부작용 등이었다.
도의회는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높게 나왔다고 바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정 지역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장·단점을 분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접지역인 아산의 장기승 도의원과 배방 등 일부 지역민들은 아산에 미칠 영향에 대한 확실한 대응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거세게 저항했다.
도의회는 도교육청에서 대안을 마련한다면 당장 다음 회기라도 협의할 수 있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불발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개정안은 지난 16일 도의회에 다시 제출됐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제276회 도의회 임시회에서 이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지만, 도의회와 도교육청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 결과 73.8%의 찬성률이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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