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학부모들 “어린이집 CCTV 설치하라”

자치구 문의전화 잇따라…영상 실시간 확인도 요구 보육교사 자격강화 주문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여아를 폭행한 사건과 관련, 지역에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해당 사건이 충격적인 만큼 어린이집은 물론, 관할 자치구에도 CCTV 설치여부를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빗발치고 있는 것.

20일 대전 5개 자치구와 어린이집에 따르면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유사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있는 지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 적게는 10건에서 많게는 30건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신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돼 있느냐', 'CCTV 설치가 의무가 아니라서 설치율이 낮다는데 대책은 있느냐', '합동점검은 어떻게 이뤄지느냐' 등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직접 어린이집에 찾아가 그동안 녹화된 CCTV 영상을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를 믿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만3세 아이를 둔 A(30·대덕구 읍내동)씨는 “사건 이후 불안한 마음에 아이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이에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며 “만약 CCTV가 없는 어린이집이라면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강의만 이수하면 보육교사 자격이 나온다는데, 이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 원장들은 학부모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일부 자질이 부족한 교사 때문에 열심히 하는 교사들까지 피해를 입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CCTV 의무설치와 보육교사 자격 강화는 수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CCTV는 교사의 인권 때문에 흐지부지 됐지만, 보육교사 자격 강화는 그동안 수차례 지적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장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CCTV 영상 실시간 확인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CCTV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 보는 사람과 각도에 따라 같은 상황이 전혀 다르게 비춰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아이 옷에 이물질이 묻어 털어주는 장면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교사가 아이를 때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CCTV 영상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정부의 방안처럼 실시간으로 학부모들이 CCTV를 확인하는 것은 교사 인권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5개구와 경찰의 합동점검 우선 대상이 교사인권 논란에도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CCTV를 설치한 어린이집”이라며 “상식적으로 CCTV가 없는 어린이집을 우선 조사하는 것이 맞는 것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CCTV를 설치한 어린이집에 대해서만 경찰이 강압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어린이집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며 “21일 복지부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경찰과 협의를 거쳐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