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호남고속철도 하나 때문에 충청권과 호남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영충호' 시대를 주도하는 충북조차 호남권과 공조하면서 충청권 협력체제가 금이 갈 정도다. 말 그대로, 철도 하나라고 얘기했지만, 갈등이 불가피한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철도노선의 파급력과 영향력 때문이다. 대전만 하더라도 1905년 경부선에 이어 100년전인 1914년 호남선이 개통해 교통의 중심지가 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대전과 충남은 물론, 세종과 충북 등 충청권과 광주, 전남·북 등 7개 시·도가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TX 호남고속철도는 서울 용산역에서 전남 목포역을 잇는다. 용산에서 충북 오송역까지 33분, 오송역에서 목포역까지 1시간 등 모두 1시간 33분 걸린다.
문제가 되는 건 오는 3월 개통하는 1단계 구간으로, 오송역에서 남공주역, 익산역, 정읍역을 거쳐 송정리역에 도착하는 KTX 전용 신설노선이다. 전용노선으로 하면 서대전역과 계룡역, 논산역 등 기존 역에는 KTX가 서지 않는다.
갈등의 핵심은 KTX 호남고속철도를 새롭게 만든 KTX전용노선으로만 운행하느냐, 아니면 운행 중인 호남선으로도 일부 다닐 수 있게 하느냐다. 대전과 충남은 기존선 일부 경유를 원하지만, 충북을 비롯한 호남권은 신설노선만 운행하자는 것이다.
지역마다 주장하는 명분과 논리는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대전은 호남선 이용객의 30% 정도가 서대전역과 논산역, 계룡역 등 대전권역 이용자라는 점에서 국민 편의성을 내세우고 있다. 충남도 계룡대와 3군 본부가 있어 군인이 많이 이용하는 논산역과 계룡역 경유를 요구하는 등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충북과 호남권은 기존 호남선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만 다니게 해야 하고 KTX는 고속성에 맞게 전용 노선만 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대전역 등 기존 역을 거치면 소요시간이 45분 추가돼 사실상 고속성을 상실한다는 얘기다.
문제의 구간은 서대전역~익산역 구간이다. 이곳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 선로로, 현재 이 구간을 지나는 KTX 평균 속도는 120㎞/h 정도다. KTX 평균 속도(250㎞/h)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출발지인 용산역에서 목포역까지 2시간 18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충북과 호남권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이렇듯 '지역'마다 내세우는 명분은 있다. 그러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우리 입장'만 해답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 발씩 물러나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할 시점이다. 지역상생이 반영된 경부선 KTX를 참조할 만하다.
경부선 KTX도 국민 이용 편의성을 고려해 당초 계획했던 정차역에서 예외를 둬 일부 열차는 천안, 오송에 정차하고 일부는 수원, 밀양 등을 경유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역시 이런 부분을 인정해 KTX 일부를 서대전역 등을 거치는 방안을 전제로 한 운영계획 인가를 국토해양부에 신청한 상태다.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운영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철도운영과 관계자는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 지역 상생발전을 원칙으로 최상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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