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ETRI 홍보팀장 |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위성을 이용한 통신이기에 그렇다. 모토로라는 1998년 인공위성 수십 개를 띄워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화를 할 수 있는 위성휴대전화 이리듐(Iridium)을 상용화했다.
위성을 바꿔가면서 통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 위는 물론 섬에서도 단절 없는 통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통화료가 비싸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이리듐 전화로 인한 해프닝도 많았다. 해양실습선을 타고 가던 학생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휴대폰을 이용해 밤새 게임을 했다고 한다. 다음 달 통신요금을 보고 대학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통신요금이 수억 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성을 통하지 않고 바다에서 통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바다는 근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기지국이 없기에 통신이 불가능하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선박자동식별장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발송하는 형태다.
즉 육지와 선박 간, 선박과 선박끼리의 1대 1 통신이 잘 안 된다는 것. 게다가 약 9.6kbps급의 미약한 전송속도여서 통신을 이용하는 배들이 많거나 트래픽이 걸리면 사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간단한 문자정도의 정보가 오갈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해상 디지털통신 시스템(ASM 2.0)을 개발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몇 년 후엔 바다에서도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가 이루어져 안전사고 예방이나 어부들의 어업활동에도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ASM 2.0은 기존 기술대비 8배나 더 빠른 76.8kbps 급의 속도로 전송이 가능하다. 또한 육지에서 100㎞ 떨어진 바다까지 통신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 지점은 특히 어업이 많이 이뤄지는 해역으로, 어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서 한글로 문자통신은 물론 각종 항로정보를 교환하거나, 위험정보나 안내, 최신 기상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신을 통해 받아볼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특히 어부들은 실시간 바닷고기의 가격인 어가(魚價)정보에 민감하다. 전날 출항 시 고등어 가격이 좋았는데 이틀 뒤 조업에서 돌아오니 가격이 하락됐다면 많이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시스템을 이용케 되면 조업 중인 바다에서 실시간 어종의 시세를 알게 되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SM 2.0은 해안으로부터 100㎞ 이내에서 항해하는 선박에게 각종 정보 제공과 교환이 가능하며 1대 1 통신까지 보안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직교주파수분할다중 방식을 이용, 주어진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현재는 통신장치 본체와 모니터 형태로 개발했으나 향후 무전기처럼 휴대형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어선에는 항해실에 TV 셋톱박스처럼 시스템을 설치하면 된다. 연구진은 ASM2.0 개발 이후 VHF 대역의 데이터교환시스템(VDES)을 추가로 개발,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상용화는 오는 2017년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진은 2012년에도 대역폭이 100KHz 수준의 해상통신용 디지털 무선통신 시스템(VDE)도 개발한 바 있다.
연구진은 국제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표준화활동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정길호 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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