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쏠린 대전시민의 눈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린 12일 대전역에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이성희 기자 token77@ |
박근혜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발언이 충청권을 또 다시 흔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수도권 규제완화가 야금야금 진행돼 온 데 이어 박 대통령이 강력 추진 의사를 보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지자체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전체의 공동 대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 “지난해 단두대 과제로 올라온 것으로 좀 과감하게 풀자. 조금씩 해선 한이 없다”며 “종합적인 국토정책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방안도 수렴을 통해 만들어서 이 규제 부분도 올해는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올해 중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에 대해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충남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때 수도권에 소재한 기업의 지방 이전이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실제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부터 이어진 수도권 규제완화는 충남도의 수도권 소재기업에 대한 유치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충남으로 이전한 수도권 소재 기업은 282곳이었지만 2010년 200곳, 2011년 92곳, 2012년 69곳, 2013년 38곳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32곳으로 더욱 감소했다. 전체 유치 기업 수 대비 비율은 2009년 34.5%(282/817)에서 2014년 5%(32/640)로 5년 만에 29.5%p 줄었다.
이와 함께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충남에 둥지를 트는 기업이 수도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문제 뿐만 아니라 충남소재 대학의 수도권 연쇄 이전도 수도권 규제완화의 부작용이다. 지난 2010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을 개정하면서 중부대와 청운대가 수도권 인근에 캠퍼스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박근혜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등 다른 분야에까지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충남은 물론, 충북과 대전, 세종까지 비상이 걸렸다.
이강혁 대전시 정책기획관은 “충남, 충북의 타격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대전 역시 여러 분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한 시·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원갑 충남도 정책기획관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을 고착화하는 것으로 한 두 개 시·도가 대응해선 안 된다”며 “비수도권 14개 시·도가 참여하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를 통해 대응전략을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희진·내포=강제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