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유성구 봉명동 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운 흔적. |
배 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 담배 냄새에 민감한데 특별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2. 서구 둔산동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 모(43)씨는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담배 냄새로 힘들다. 가족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지만 아랫집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냄새가 환풍기를 타고 올라온다. 더욱이 초등학생 아이가 있어 간접흡연에 대한 걱정이 줄지 않는다.
아파트 층간 소음과 더불어 간접흡연 문제까지 이웃 간에 감정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 비상계단과 입구, 복도에서 '여기서 담배 피우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흡연자들이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자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흡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창문을 통해 윗집으로 그대로 전달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윗집 눈치에 복도나 비상계단 등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마찬가지다. 복도식 아파트는 옆집으로, 타워식 아파트는 윗집에서 난리다. 더욱이 비상계단은 사방이 막혀 있는 공간이어서 담배 냄새가 오랜 기간 남아 있는다. 화재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환풍기를 틀어놓고 화장실에서 피우는 것도 환풍기를 타고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곽영란(탄방동·43) 씨는 “담배 냄새에 민감해 집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며 “자기 식구들이 간접흡연하는 건 안되고 이웃이 하면 괜찮은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아파트 화장실과 베란다에서의 흡연으로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인원이 전국적으로 10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전국적으로 모두 1025건이다.
또한 올해 초부터 담배세가 인상되면서 금연구역까지 확대돼 흡연자들이 설 곳도 크게 줄어들었다. 커피숍 등 음식점 전체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며, 길거리 흡연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일부 흡연자들은 추위를 피해 건물안 비상계단 등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고 있는 실정이다. 비상 계단에 버젓이 재떨이가 비치된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구 탄방동 한 커피전문점은 규정대로 흡연실을 만들었지만 손님들이 의자를 갖고 들어가 담배를 피는 경우도 있다.
흡연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원이 없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지만, 담배 피우기 적당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 모(둔산동·34) 씨는 “정부에서 담배를 팔면서 이렇게 규제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흡연자들이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 마련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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