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민들은 불법이나 편법일지라도 힘든 사람이 대형 보험사에서 보험금 일부 받는게 어떠냐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서울·경기 거주자 8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4.3~35.8%가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유형별로는 손실을 과장하는 행동에 대한 용인도가 35.8%로 가장 높았으며, 사고로 타박상을 입은 뒤 만성질환까지 보험 청구하는 등의 '편승 치료'(34.8%), 가입시 불리한 내용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고지의무 위반'(32.3%) 등에 대해서도 상당수 소비자는 관대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보험사기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며 “보험사기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중대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보험사기에 대한 시민의식이 낮은 위법성 인식 개선을 위해 보험범죄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사기가 사회 안전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상태로 치닫는 데는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보험사기범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년(2008~2012년 판결) 동안 보험사기범의 절반이 넘는 51.1%가 벌금형을 받았다. 평균 벌금액도 2007년 374만원에서 2012년에는 263만원으로 줄었다.
반대로 집행유예와 징역형은 대폭 줄었다. 집행유예 비중은 2002년 65.5%에서 2012년 26.3%로 급락했다. 징역형도 같은 기간 25.1%에서 22.6%로 줄었다.
보험사기범에 대한 형량이 낮은 것은 보험사기에 대한 사회적 파장을 외면한 채 초범이 많은데다 큰 죄의식 없이 범죄에 가담한 점을 고려한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험사기죄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1994년 '폭력범죄 규제 및 처벌법'의 일부로 보험사기를 중죄로 처벌하는 특별법 '연방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험사기죄 신설에 대한 공감이 큰 상태다. 현재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 사기방지특별법을 비롯해 보험 사기죄 신설 및 처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5건의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험사기 조사와 수사 체계 강화도 급선무다. 보험회사, 금감원은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증거 확보가 힘들다. 또한 사기 혐의자로터 직접 진술을 청취할 수도 없다. 조사 시 국가·공공기관 등이 보관 중인 정보를 활용하는 게 필요하지만, 이를 요청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보험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보험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기 인지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내년 하반기까지 인지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끝>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