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의 경영난은 서울 대형로펌의 지역 법률시장 잠식과도 무관치 않다.
국내 10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 바른 등 대형로펌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대전·충남지역 대형 사건들을 싹쓸이하고 있다.
서울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방사건 수임차 원정 출장길에 자주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전의 경우 KTX로 1시간 거리에 있어 서울지역 로펌 변호사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대형로펌의 늘어난 지방수임 사건이 증명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형로펌 8곳이 수임한 지방 민사 사건은 2009년 1643건에서 지난해 1771건으로 7.8% 증가했다.
이중 소액 사건(소가 2000만원 이하)은 같은 기간 105건에서 90건으로 14.3% 줄어든 반면, 고액 사건(10억원 초과)은 137건에서 209건으로 52.6% 늘었다. 이는 사건 수임이 크게 늘지 않았으나, 수임 사건이 고액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권선택 대전시장의 경우 서울 대형로펌인 태평양을 변호인으로 결정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협약체결 무효확인 소송 재판에서도 피고측 소송대리인으로 태평양 소속 변호인이 선임된 바 있다. 또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대전경찰청에 출석해 소환조사를 받았던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역시 대형로펌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를 대동하기도 했다.
법무법인이 아닌 합동법률사무소 형태로 운영되는 김앤장의 경우 지역사건 수임이 확연히 드러나진 않지만, 대전법원에 소속 변호사들이 심심찮게 목격되는 등 지방사건 수임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서울 대형로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변론 수행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이해 관계 등 지역사정에 밝지 않아 대전 법무법인이나 개인법률사무소보다 소송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 대형로펌의 지역 법률시장 잠식은 변호사 채용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서울 대형로펌으로부터 지역 법률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지방변호사협회 차원의 공동 대응과 함께 막연하게 대형로펌을 선호하는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있는 지역기업들의 경우 서울 대형로펌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비용 대비 효과 차원에서 따져보면 대전의 법무법인이나 개인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의 역량이 더 높게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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