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전에서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고민이 깊다. 몇 년 사이 사건 수임 감소 등으로 수입이 크게 줄면서 변호사 회비는 물론 사무실 관리비까지 몇 달째 못내고 있어서다. A씨는 사무실을 이대로 유지해야할지, 아니면 문을 닫고 다른 곳에 취업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2.올해 로스쿨을 졸업한 B씨는 최근 접수에 들어간 국선전담변호사 모집 공고에 신청서를 냈다. 변호사 업계 시장이 좋지 않아 바로 사무실을 내는 것보다 안정적인 수입과 경력 쌓기가 가능한 국선전담변호사를 선택한 것. B씨는 예전보다 인기가 높아진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쟁률이 더 치솟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면접시험 등을 준비 중이다.
급속한 변호사 수 증가와 법률시장 개방 등으로 지역 변호사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로 인해 변호사 사건 담당 건수가 줄면서 수입 감소에 따른 사무실 재정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개방되는 오는 2017년부터는 외국 로펌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경영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4일 대전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대전·충남지역 변호사 수는 395명으로, 2013년 말보다 28명이 늘었다. 2년 전부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변호사들이 배출되면서 변호사 수가 크게 늘어난 것.
변호사 수 증가는 사건 수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대전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인당 사건 수임 건수는 57.6건으로, 전년보다 11.4건 줄었다. 이는 6년 전보다 절반가량 감소한 수치로, 변호사 1명이 한 달간 4건밖에 수임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7년 124.2건, 2008년 107.7건, 2009년 73.2건, 2010년 77.8건, 2011년 79.9건, 2012년 69건, 2013년 57.6건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수입이 줄다보니 변호사회 회비는 물론 사무실 관리비까지 내지 못하는 변호사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전변호사회 소속 3명의 변호사가 한 달 7만원인 회비를 내지 못했는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서울변협처럼 징계처분은 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변호사의 경우 고정적인 수입보장이 되는 국선전담변호사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국선전담변호사의 보수는 최초 월 600만원이고 2년 이상 4년 미만 근무경력자는 월 700만~800만원의 보수를 받게 되며, 월 50만원의 사무실 운영비도 지원된다.
여기에 법률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변호사 업계의 침체는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EU FTA(자유무역협정)는 2016년 7월, 한-미 FTA는 2017년 3월 발효에 따라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돼 향후 국내시장 공략을 위한 외국 로펌의 진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성식 대전변호사회장은 “변호사들의 개인 평균 수임 사건 수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로스쿨 변호사 배출로 변호사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수임 나눠먹기로 이어져 관리비나 회비를 내지 못하는 변호사도 나오고 있다”며 “새로 개업하는 변호사의 경우 고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때문에 변호사 직역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