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869억원으로 전년동기(2579억)대비 11.2%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적발규모는 지난해(5189억6000만 원)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미적발 사건을 고려하면 실제 보험사기 규모는 훨씬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새누리당)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 실제로 발생한 전체 보험사기 규모가 적발 금액의 8배에 육박하는 4조7235억원정도로 추산했다. 이는 가구당(4인 가구 기준) 해마다 38만4000원의 보험료를 물어야 하는 금액이다.
보험사기는 개인적인 차원의 범죄로 오해하기 쉽다. 사기범죄자와 보험사 간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보험사기가 증가하면 결국 그 피해는 그대로 내가 낸 보험료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회적인 범죄로 보는게 맞다.
보험가입이 보편화되면서 웬만한 사람이라면 보험 한두개는 가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민 1인당 보험 가입건수는 3.59건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사의 손실도 가입자들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보험사의 재정 압박이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금융감독원 연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3조4000억원의 보험사기액은 그해 보험업계 수익 6조493억원의 60%에 이른다. 또한 보험은 공적 사회안전망을 위협하고 있으며, 살인 방화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강력범죄(고의 사고)가 수반된 보험사기 적발액은 1025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7% 급증했다.
강력범죄 중에서도 살인 상해치사 자살 등 반인륜적인 범죄 증가세가 특히 가파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적발된 전체 보험 사기 사건 중 살인·상해 범죄를 저질러 보험금을 탄 비율은 2011년 1.1%(46억4500만원)에서 2012년 1.7%(79억2900만원), 지난해 1.9%(98억3500만원)로 늘었다.
보험사기는 소액의 보험금을 노리던 행태에서 점차 가족이나 친인척 등이 함께하거나, 조폭이 개입하고, 공모자를 모으는 등 조직화, 대형화 추세가 뚜렷하다. 60대 이상 노년층의 보험사기 가담이 두드러진 점도 큰 문제다.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가 점차 사회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보험사기에 대해 관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연구원이 보험 범죄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24.3~35.8%가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한다. 법원부터 보험사기를 단순한 사기로 보는 시각에서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중대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다.
손해보험협회 한 관계자는 “법과 제도 개선은 물론 정부차원에서 유관기관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보험사기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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