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통계 광고판 '엉터리'

업체 보험사 후원으로 운영… 경찰청 집계와 달라 “불법 시설이라 자료제공 안해, 가동중지 요청”

대전 주요 도로마다 설치된 보험사의 교통사고 통계 광고판이 실제 통계와 맞지 않는 엉터리 숫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 업체가 멋대로 올린 '교통사망자, 교통부상자' 숫자가 대전의 공식 통계처럼 수많은 운전자에게 오해를 사고 있다.

자동차보험사가 운영비를 후원하는 교통사고 통계 광고판이 대전에 모두 4개 운영되고 있다.

대전 동구 대전역 앞과 중구 오류동 서대전역네거리, 유성구 궁동 유성지하차도,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앞에 각각 운전자가 잘 보이는 곳에 통계 광고판이 위치했다.

30일 통계 광고판은 올해 대전 교통사고 사망자가 89명이고 부상자는 9500명이라고 안내했으나, 대전경찰청이 집계한 대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96명이고, 부상자는 8498명이었다.

통계 광고판은 심지어 지난주 대전 교통 사망자를 81명으로 안내했다가 이번주 89명으로 수정하는 등 일반 운전자들이 봤을 때 정확한 정보가 매일 갱신되는 것처럼 여겨지도록 했다.

하지만, 통계 광고판의 숫자는 운영 업체가 공식 자료 없이 멋대로 넣은 엉터리였다.

교통사고 조사와 사고통계를 작성하는 대전경찰은 지난 9월부터 관련 통계를 해당 업체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도로 중앙분리대 위에 설치된 광고판이 옥외광고물 중 공공시설이용 광고물에 등록되지 않아 현행법상 합법적인 시설이 아니기 때문.

대전경찰 관계자는 “해당 시설물은 보험사를 광고하는 목적의 옥외광고물관리법을 위반 광고판이어서 경찰이 통계자료를 제공할 수 없는 대상”이라며 “지난 9월부터 통계를 제공하지 않았고 오해를 초래하고 있어 업체에 가동 중지를 수차례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험사의 통계 광고판은 시설물 뒷면에 대전경찰의 로고를 사용한 사진까지 붙어 있어 경찰청과 보험사가 함께 운영하는 시설물이라는 오해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시설물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는 “1989년 적법하게 설치됐으나 옥외광고물관리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어 이를 합법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찰청에서 통계를 받을 수 없어 광고판의 숫자는 직원이 인터넷을 검색해 올리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