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만 가는 취업의 벽, 그래도 나는 책을 편다

높아만 가는 취업의 벽, 그래도 나는 책을 편다

'졸업=백수' 씁쓸한 현실…자격증 시험준비 청춘 다 보내 경제 한파에 몸사리는 기업 74.7% “신입보단 경력직 좋다”

  • 승인 2014-12-29 14:01
  • 신문게재 2015-01-02 2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2015 신년특집 '달려라 충청경제'] 위기의 서민경제(취업난에 갈 곳 없는 청년들)

▲ 취업준비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는 높은 계단을 오르는 청년의 무거운 발걸음이 높아져만 가는 청년취업난을 보여주는 듯하다. 
<br />이성희 기자
▲ 취업준비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는 높은 계단을 오르는 청년의 무거운 발걸음이 높아져만 가는 청년취업난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성희 기자
올해도 취업준비생들의 겨울은 춥기만 하다. 국제금융시장은 한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치보다 하향 조정했으며 기업들은 경기가 좋지 않다는 핑계로 신규 채용에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각종 산업에 대한 투자나 지원을 감축해야 한다며 궁색한 변명을 털어놓는 통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 청년(15~29세) 실업률이 7.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기간 대비 0.4%p나 올랐다. 더구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년부터 60세 정년 의무화 시행으로 75.7%의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임금체계 개편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그만큼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가운데 2월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생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충남대 인문학계열 전공의 한 예비졸업생 황모(27)씨는 “신입 채용 모집에 접수하고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수차례 보지만 잇따른 불합격에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다”며 “원하는 기업의 채용 공고란에서는 추가 채용 소식을 찾을 수 없고 전공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만 채용공고가 나와 이제는 접수할 곳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도 그럴 것이 최근 해당 학과 졸업자들 사이에서도 전공에 맞는 취업을 한 것이 아닌, 일반 영업사원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졸업을 하면 희망이 보여야 하는 데 졸업도 하기 전에 백수생활의 두려움부터 갖게 돼 우울하기만 하다”며 “이제는 취업도 하향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첫 직장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낮췄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들 또한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수년째 대학 도서관에서 취업시험과 자격증 시험 등을 준비하는 일명 '도돌이'까지 넘쳐나고 있다. '도돌이'란 취업준비 등으로 도서관에 박혀있는 '도서관 죽돌이'의 줄임말이다.

▲ 충남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 충남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연봉이 높아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금융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4년간 준비하고 있는 졸업생 김모(32ㆍ경영학 전공)씨는 매일 한남대 도서관을 찾는다. 이미 2년동안 줄줄이 고배를 마셨지만 자격증 1개라도 더 취득할 요량에 방학을 맞아 한산한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일반 독서실의 경우, 7만~10만원 가량의 한달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특별열람증을 발부받아 좌석을 얻는 데는 2000원의 등록비밖에 들지 않아 모교 도서관을 찾는다는 게 김씨의 대답이다.

그는 “1년간의 해외 어학연수를 이수하고 고득점의 토익점수까지 얻어놨지만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1개의 자격증이라도 더 취득해놔야 마음이 놓인다”며 또다시 책을 열었다.

이런 가운데 청년들의 취업문을 더욱 좁히는 데 경력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려는 기업들의 태도가 커다란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9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451개사를 대상으로 '신입 채용시 올드루키(경력자) 선호 여부'를 조사한 결과, 74.7%가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80%, 중소기업은 75.8%, 중견기업은 61.1% 순으로 조사돼 대학 졸업자들이 곧바로 나설 곳이 사실상 많지 않은 현실이다. 실무에 곧바로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이들 기업이 경력자를 선호하는 이유다.

그나마 신입과 경력 모두 지원이 가능한 채용 공고가 나오긴 하지만 최종 면접에서는 경력자가 대부분 합격돼 취업준비생들의 사기까지 꺾어놓고 있다.

지역에서는 경력직 채용마저도 많지 않다.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지역 경제여건 속에서 지역을 대표로 하는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염두에 두지도 않는다.

향토기업인 A업체는 1년이 넘도록 자사 홈페이지 채용란에 '수시채용'이라는 문구만 내걸고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을 정도다.

한 지역업체 대표는 “신규 채용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업이 확장되고 그만큼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인데 지금은 일이 줄고 있다”며 “지금은 채용을 할 때가 아니라 기존 인력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때”라고 강조했다.

지역대 한 관계자는 “지역 대학생들이 졸업을 해서 취업해야 할 시기에 경기가 계속해서 좋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며 “지역의 기업들마저 지역 출신 학생보다는 수도권 대학졸업자를 선호하고 있는 분위기가 팽배해 지역에서도 졸업을 맞는 학생들이 직장을 갖는 게 더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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