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아야지…' 농부도 알바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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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아야지…' 농부도 알바뛴다

충남농가 1년수입 850만원 수입적어 부업없이 생활 안돼… 충남 3농혁신 탁상행정 그쳐

  • 승인 2014-12-25 16:30
  • 신문게재 2014-12-26 2면
  • 유희성기자유희성기자
#1. 홍성군에서 농사를 짓는 것으로만 알려진 A씨는 매일 새벽 농사일을 대충 돌보고는 인근 공사장으로 향한다. 가족들과 함께 벼와 배추농사를 짓고 돼지까지 십수마리 키우는 등 쉬지 않고 일해도 1년이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850만원 정도다. 그렇다고 평생 해오던 가업이기도한 농사를 그만둘 수 없는 A씨는 부업을 택했다. 차라리 공사일로 전향하기에는 일이 지속적으로 있지 않은 점이 걸린다.

A씨는 공사일이 끝나면 밥도 먹지 못한 채 집 주변 논, 밭과 축사를 돌본다. 저녁밥은 9시는 돼야 소주 한잔과 함께 대충 넘기고 잠자리에 든다.

#2. 예산군에서 농사를 짓는 B씨도 A씨와 일과가 똑같다. 한동안은 아파트 건설현장의 작업반장으로 고용돼 농사일을 가족에게 맡겼지만, 공사가 끝나자 이내 일자리가 없어졌다. A, B씨의 아내들도 부업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식당 설거지, 빌딩 청소,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자리가 있기만 하면 일을 가리지 않고 했다. 이 정도를 해도 다른 동년배 직장인 부부들이 버는 돈에는 훨씬 못 미친다.

A, B씨와 그 부인들이 쓰는 돈은 농사일과 이동에 꼭 필요한 1t 화물차 유지비와 구형 휴대폰의 기본요금뿐이다. 외식은 일절 하지 않으며 회비가 아까워 모임도 모두 그만 뒀다. 차곡차곡 모아놓은 돈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 방값과 차량 구입비로 들어갔다.

천안과 아산, 당진, 서산 등 서북부 지역의 지자체들은 공업도시로의 변신에 성공하고 있지만 충남은 아직까지 자타공인 농업도시다. 하지만 농도의 농민들은 이처럼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다.

보통의 직장인 동년배들의 두세달치 월급을 1년을 농사져 버는 까닭에 가족들은 제2, 제3의 일을 찾고 있었다. 물론 대형축사나 넓은 농지를 보유한 일부 부농도 없지는 않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충남도는 3농혁신으로 이들의 삶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3농혁신 안에 포함된 6차산업이 보편화 되거나 로컬푸드의 운영이 광범위·체계화 된다면 어렵게 부업을 찾지 않고 농업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3농혁신을 외치는 행정가들이 자신들의 치열한 부업 찾기 실태를 환히 꿰고 있는지에 대해 농민들은 의문을 표했다.

A씨는 “내가 어떻게 해야 본업인 농사를 지어서 그것을 팔아서만 먹고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충남의 기반인 농사꾼들이 왜 다른 여러가지 일을 같이 해야만 생활이 가능한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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