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의욕적으로 찾아간 동춘당 공원 내 '송용억 가옥'의 대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굳게 잠긴 대문 앞에서 안내판의 문구만 읽어보고 담장 너머로 건물을 살펴보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대전지역 문화재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지난 20일 본보 취재진이 대덕구와 동구 지역 문화재 현장을 방문, 확인한 결과 건물 형태의 문화재들은 대부분 대문에 자물쇠를 채워 일반 시민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
대덕구 송촌동 '동춘당'(보물 제209호)과 '송용억 가옥'(대전시 민속문화재 제2호)의 대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이시직공 정려각(대전시 문화재자료 제36호)과 박팽년 선생 유허(대전시 기념물 제1호), 삼매당(대전시 문화재 자료 제1호)에도 예외없이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대전의 문화재를 보기 위해 왔던 시민들은 채워진 자물쇠 앞에서 건물 외부만 본 채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다.
이날 만난 한 시민은 “충북 보은의 99칸 선병국 가옥을 방문했을 때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던 추억이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동춘당 공원 내 송용억 가옥을 찾았는데,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당황스러웠다”며 “99칸 한옥에도 자물쇠가 없던데 송용억 가옥에는 왜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건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며 아쉬워했다.
'열린 행정', '소통과 체험'을 중시하는 시대에 대전지역의 문화재에 차디찬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문화재 관리의 한계와 시민의식의 부재를 이유로 꼽는다.
대전지역의 문화재는 개인이나 종중의 소유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문화재 관리의 1차 주체는 '대전시'나 '구청'이 아닌 '소유자'의 몫이다.
행정기관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1차적으로 소유자들이 문화재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고 개방에 따른 훼손이나 오염의 우려 또한 큰 형편이다. 이에 소유자들은 '개방' 대신 '폐쇄', 자물쇠를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구 가양동 대학가 인근에 위치한 '박팽년 선생 유허' 는 대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음에도 담장을 넘어 들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담장 안에는 마구 버린 술병과 담배꽁초, 잡다한 쓰레기가 널려 있어서 문화재돌봄사업단 단원들을 난감하게 하게 하고 있다.
이날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박팽년 선생 유허 담장 밑에는 월담꾼들의 발길에 훼손된 기왓장이 깨진 채 뒹굴고 있었다.
대덕구 송촌동 이시직공 정려각 앞에서도 먹다버린 과자 포장지와 음료수 캔 등이 눈에 띄었다.
소유주가 매일이다시피 청소를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동구 가양2동에 소재한 삼매당은 인근 동대전중학교로 통하는 입구가 잠겨있었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마당을 통과하는 비공식 입구마저도 길목에 폐자재와 폐타이어 등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접근조차 쉽지 않았고 대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잠겨 있었다.
'대전시 문화재 자료 제1호'라는 안내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문화재돌봄사업단장을 지낸 경험이 있는 임헌기 오정문화유산교육연구소장은 “문화재가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그 열린 공간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임 소장은 “문화재 소유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유자들이 문화재 관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가운데 시민과 함께 향유하려는 의식 역시 필요하다”며 “문화재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는 소유자와 행정, 시민의식의 3박자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시의 문화재는 유·무형문화재를 포함, 총 204개로 대덕구 43, 동구 44, 중구 49, 서구 18, 유성구 50개에 달한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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