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리리.” 19일 오후 7시 대전 동부소방서 법동119안전센터에 가상 출동 벨이 울리자 조미영(41·사진) 소방장이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차고지에서 방화복을 재빨리 갈아입는다. 구
두 위에 잘 포개어 놓은 방화복 바지에 발을 넣고 끌어올리는 것으로 신발과 바지를 동시에 입었고, 방화복 점퍼와 헬멧은 몸에 걸친 채 사람 키 높이의 트럭 좌석에 뛰어오른다. 그녀가 탑승한 소방차는 이미 1만 소방수를 가득 싣고 대기 중이었고, 안전센터 문이 열리는 동시에 경보를 울리며 화재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조 소방장은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소방관이자 소방차에 소방수를 공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소방관이 시뻘건 불길을 향해 뿌리는 소방수는 불길을 잡는 중요한 도구이자, 뜨거운 열기로부터 소방관의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물을 분사하기 시작해 4~5분이면 차량 한 대의 소방수가 바닥나기 때문에 소방수를 제때에 보충해주는 게 중요하다.
조 소방장은 “소방호스에 물이 떨어지면 화재도 못 잡지만, 소방관마저 위험해지기 때문에 소방펌프차에 물을 제때 보충해주는 게 제 임무”라며 “무거운 소방호스를 옮기고 소방차에 연결하는 훈련은 지금도 반복해 숙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대덕구 대화동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에서도 조 소방장은 소방수를 공급하느라 10시간씩 현장을 지켰다.
조 소방장은 “소방차를 찾아다니며 물을 보충하다 보면 방화복이 젖고 호수를 풀었다 접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깨도 욱씬한다”며 “2차 사고없이 불길이 잡힐 때 가장 보람 있고, 동료와 호흡으로 여성 소방관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소방장이 지금은 화재현장을 누비는 당당한 화재진압대원이 됐지만, 한때 고비도 있었다.
응급구조사 2급 자격을 취득해 119구급차량에 구조사로 탑승했을 때는 다급한 부상환자를 돌보는 일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고,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진단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힘이 된 게 북부소방서 소방관인 남편과 6살·8살 두 딸이었다.
소방관 남편은 부인이 출근해 밤새 화재현장을 누빌 때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여성소방관의 고민을 들어주고 코치해주는 선생이다.
조미영 소방장은 “동료 소방관과 호흡을 맞춰 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소방관으로서 안전한 대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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