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강력한 대학구조개혁 분위기 속에서 지역대가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대학의 재정난이 커지는 것은 물론 학생들은 꾸준히 감소하고 졸업생의 취업률까지 하락하는 등 이대로는 대학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대학구조개혁은 자칫 수도권대학보다는 지역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지역대학으로서도 그만큼 체질개선에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교육부는 올해 초 대학구조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모든 대학을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개 등급으로 분류해 기존 학생정원에서 16만명을 9년동안 나눠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015~17년 4만명, 2018~20년 5만명, 2021~23년 7만명씩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기준 대학 정원은 56만명에 달하지만 고교 졸업자(2013년 기준)는 63만명에서 10년 뒤 40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학생 감소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안의 명분이 된 만큼 지역대가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 됐다.
다만 대학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바꾼다는 게 대학구조개혁안의 핵심이지만 대학들은 당장의 성과인 취업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국내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매긴 공학분야 신입사원의 실무 적응 능력은 5점 만점에 평균 2.87점에 그친 것으로 알려진다. 그야말로 일을 맡기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업들이 졸업생을 찾는 게 아니라 경력자를 찾도록 해 취업률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는 대학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미 수도권대학의 간판에 밀려난 지역대 출신 졸업생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 지역대 교수는 “졸업과 동시에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최적의 인재만을 키우는 곳이 대학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취업률이 학교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현실 속에서 순수학문 연구와 취업률 향상을 위한 현실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혀를 찼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역대 스스로가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한국 교육시스템 속에서 유·초·중·고교 교육 이후 최종목표가 대학이다보니 보다 독선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교육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학생들의 창의성마저 독선에 빠진 교수들의 전통적인 교육가치관에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대학 신입생이 될 고3학생과 중등교육계가 원하는 대학의 지향점에 대해 지역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10년동안 진학상담을 해온 고3 교사는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 지 오히려 교수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고교생활을 함께 해오면서 각각의 꿈을 공유하는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은 학생을 방치하고 지식을 자랑하기만 하는, 이같은 자세가 변화돼야 구조개혁의 강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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