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을 좋아하던 소녀는 대학에서 시를 접했고, 지난해부터는 직장마저 사직한 뒤 시인으로서의 온전한 삶을 택했다.
지난해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 문학계가 주목하는 기대주 손미(32)씨의 얘기다.
'밥 벌어먹기 힘든 시대'라는 요즘, 20·30대 청년들도 많은 월급을 주는 회사를 다니는 것만이 지상 과제인 것처럼 전공보다는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등 스펙 공부에만 목을 매는 것이 현실이다.
문학계도 일부 유명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경제적 이유로 문학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 다른 직종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여성이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 시인이 됐다고 하니 용기인지 만용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지난 2009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손 시인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정식으로 배우면서 시인을 열망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고리타분하고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점차 마음에서 이끌렸고, 하고 싶다는 것이 컸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대전 유성구 반석동의 한 갤러리에서 자신이 찍은 여행사진과 시를 함께 소개하는 '시인, 사진을 쓰다'라는 제목의 전시회도 개최했다. 만족할 만한 글, 끊임없는 창작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기에 계속해서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녀는 “남들의 시각에선 차와 집이 있고 돈 많은 것이 성공한 것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마음이 시키는 일, 마음에 끌리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일일 아닐까. 저는 시인이 좋고,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녀는 시인 등 문학을 꿈꾸는 이들에게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환갑을 맞아 시집 한권을 낼 것인지 아니면 인정받는 제도권, 등단해서 시인이 될 지는 목표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만약, 등단이나 중앙에서 거론되는 시인이 목표라면 우선은 그 목표를 세우고 하려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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