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54억 못 받은 업체 '발 동동'

경매낙찰 새 토지주, 건물 유치권 설정 업자들에 퇴거 요청

▲ 유성구 한 주상복합빌딩 앞에서 시공업자들과 토지?건물주의 용역업체가 충돌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의 한 주상복합빌딩에서 전기 등 시공업자들이 54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1년 가까이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해당 토지를 경매에서 낙찰받은 새로운 토지주는 완성된 빌딩을 철거하겠다며 법원으로부터 철거명령을 받아낸 후 시공업자들이 나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9일 대전 유성구 지족동의 도시철도 노은역 2번출구의 지상 11층 건물에서 남성 20여명이 몸으로 뒤엉키는 소동이 빚어졌다.

빌딩 완공 후 공사비를 받지 못해 건물에 54억원의 유치권을 제기하고 빌딩 내에서 생활하던 시공업자들과 이들을 건물 밖으로 밀어내려는 토지·건물주의 용역업체가 충돌한 것.

주상복합의 이 건물은 원룸과 투룸 69실과 상가 9개를 갖추고 올해 초 공사를 마무리했다. 건물에 골조부터 전기, 시멘트, 집기류, 도배 등을 진행한 시공업자들은 빌딩을 준공한 후 원룸과 투룸을 분양한 후 공사대금을 정산하기로 계약한 공사였다.

하지만, 2011년 공사가 한차례 중단되면서 토지가 먼저 공매에 붙여져 2012년 봄 18억원에 제3자에 낙찰됐다. 공사는 계속 진행됐고, 건물도 지난해 2월 경매에 올려져 9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최소 60억원에 달하는 지상 11층 주상복합건물이 수차례 유찰 끝에 10억 미만에 낙찰된 것은 건물에 공사비 유치권이 걸려 있었기 때문.

문제는 경매 낙찰받은 새로운 토지주는 건물을 철거하겠다는 법원 판결과 용역업체 직원들을 이용해 유치권을 행사 중인 시공업자들을 건물 밖으로 내몰면서 시작됐다. 전기와 도시가스, 수도까지 모두 사용가능할 정도로 건물을 완성하고도 새 건물주에게서 공사비를 한푼 받지 못한 지역 18개 시공업자는 유치권 건물에서도 쫓겨나면서 공사비 상환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주상복합건물을 시공해 30억원 유치권을 제기한 A종합건설 김모(60) 대표는 “70억원 가치의 건물을 헐값에 낙찰받은 업자가 공사비를 상환하지 않고 유치권을 무효화하려는 행위로 보인다”며 “철거하지 못할 건물을 철거하겠다며 건장한 남성들을 앞세워 통제하는 것은 위법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물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관계자는 “우리는 건축주와 토지주의 위임을 받아 건물철거에 앞서 부당 점유자 퇴거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건물에 들어와 점유를 주장할 수 있어 출입통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