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8시께 대전 서구 계백로 가수원 보도육교. 전날 내린 눈이 치워지지 않아 보도육교 상판은 물론, 계단까지 꽁꽁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했다.
그나마 젊은 사람들은 난간 손잡이를 부여잡고 겨우겨우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노인들은 계단을 아예 포기하고 빙 돌아 아파트와 연결된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보도육교가 제때 제설이 안된 탓에 이곳을 이용하는 수백명의 주민들이 조마조마하며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민 A씨(55·여·서구 도안동)는 “항상 눈만 오면 육교가 얼어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이곳을 다니고 있다”며 “주변 건물에 가려 응달이 지다보니 잘 녹지도 않고 불편한 점이 크다”고 토로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비슷한 시간 중구 유천동 버드네아파트 앞 보도육교도 계단에 쌓인 눈이 말끔하게 치워지지 않아 미끄러운 상태.
주민들은 미끄러운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 이용을 선호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보도육교도 제설이 안돼 빙판길이 됐다.
중구 대종로 중촌초등학교 정문 앞 보도육교는 날씨가 풀린 탓인지 햇볕이 비치는 계단 쪽은 눈이 녹아있는 반면, 아파트에 가려 응달이 진 반대편은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처럼, 보도육교가 '제설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주민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신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해당 자치구들은 인력난 등의 이유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 위주로 제설을 하다보니 보도육교까지 제설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해당 주민자치센터에서 지역주민과 자율적으로 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구에서는 고가도로 등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제설하고 있다”면서 “보도육교의 경우 모래주머니를 비치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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