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은행연합회의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11월말 은행 전체 기술금융 대출 실적은 9921건, 5조8848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술신용 대출을 시작한 7월말(486건·1922억원)에 비해 건수로는 약 20배, 대출잔액으로는 약 30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기술금융 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술금융의 중점을 두면서 시중은행들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11월말 기업은행의 전체 기술금융 대출 실적은 2672건, 1조 2502억원으로 시중은행 중에는 신한은행이 1954건, 1조 2783억원으로 기술금융에 가장 적극적이며 우리은행(1694건·9761억원), 하나은행(1145건·8042억원), 국민은행(870건·4759억원) 등의 순이다.
은행의 자율적인 기술신용 대출지원도 크게 늘고 있다. 신한은행이 전체 기술금융 대출의 83%인 1조 724억원이 자율 대출이었으며, 하나은행이 79%인 6346억원, 우리은행이 60%인 5928억원, 국민은행이 52%인 2480억원을 각각 자율 대출로 처리했다.
지역의 경우는 우리은행 유성지점이 10월말까지 총 72억 4000만원 규모의 TCB 대출을 해 우리은행 지방소재 지점 중 기술금융 실적이 1위를 달성했고, 하나은행 대전금융센터가 기술금융 출범 후 10월말까지 135억원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술금융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역금융권에서는 급증하는 중기대출에 대해 일부 우려의 시선을 보였다. 은행 영업현장에서 실적을 채우기 위한 '실적용 대출'이 등장하고 있다.
타 대출을 기술대출로 바꾸거나 기술력이 없는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들이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을 요청해도 TCB 평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결국 아랫돌로 윗돌 괴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한 무분별한 기술대출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실적으로 제2의 모뉴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은행의 리스크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술평가기관(TCB)도 무분별하게 평가를 하지 말고 보다 전문인력들을 확보해 보다 세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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