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금융실명제… 헷갈리는 차명거래

불법·합법경계 은행도 혼란… 고객들, 가족명의 예금 걱정 보험·으로 자산 옮기기도

개정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되면서 지역 금융계에서는 차명거래 관련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이번 개정안으로 고액자산가들의 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실명거래의 책임을 거래 고객에게 부과하고 불법차명거래 적발시 형사처벌을 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차명 거래 계좌에 대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담당자들도 합법과 불법의 경계 모호로 적지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가족 명의 예금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

지역의 한 은행을 찾은 직장은 A씨는 “성인 자녀 명의로는 5000만원까지가 증여세 면제 한도라 1억5000만원은 불법 차명거래로 잡히는 게 아니냐”면서 “그냥 여유 자본이 있어 모아 둔건데 내 계좌로 돌려야 할 것 같다”고 은행 직원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한 지역금융권 관계자는 “증여세 면제 범위를 넘는 가족의 계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다”면서 “차명거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여세 감면 범위 내에서 비과세나 세금우대상품에 가입한 가족 명의 경우 불법 여부가 확실치 않아 고객 질문에 답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은행에 보관해 뒀던 부자들의 뭉칫돈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비과세 보험이나 금 등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실제 금 거래소에서 ㎏당 5000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는 골드바 또한 지난 1월 68㎏에서 10월 132㎏까지 뛰었다.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 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액은 8월 2651억원에서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 등으로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의 비과세 상품 판매가 늘고 있으며, 해외 비과세채권 등도 잘 팔리고 있다”며 “5만원권의 유동성이 점차 나빠지는 상황을 보면 현금으로 보유하는 고액 자산가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