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권선택 대전시장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취임 5개월 만에 검찰에 소환,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선관위가 권 시장 선거캠프에서 전화홍보 선거운동원들에게 불법으로 수당을 지급한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한 지 꼬박 4개월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것. 현직 민선 대전시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권 캠프의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권 시장까지 직접 소환하게 된 배경에는 사건 연루자들의 진술 거부와 책임 회피 등과 연관성이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전화홍보 선거운동원 77명에게 4600여만원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 전화홍보업체 대표 박모(37)씨와 간부 오모(36)씨, 선거캠프 조직실장 조모(44)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후 권 시장이 고문으로 있는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이 사실상 권 시장 선거운동 조직으로 운영된 정황까지 포착돼 포럼 사무처장 김모(47)씨와 권 시장의 최측근으로 선거운동을 총괄한 김종학(51) 대전시 경제협력특별보좌관도 구속됐다.
그러나 전화홍보업체 관계자 2명을 제외한 선거캠프 관계자와 포럼 관계자 등은 진술을 거부하거나 혐의내용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에 따라 27일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신문)를 앞둔 캠프 회계책임자 김모(48)씨도 관련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김씨는 불법 금품살포에 개입하고, 선관위 허위보고, 법정 선거비용 초과 지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시점에는 선거캠프 총무국장 임모씨와 선거팀장 김모씨가 잠적하기도 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정치사건이나 뇌물사건 등은 대부분 중간에 누군가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사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심지어 조사받은 일부 참고인 중에서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권 시장의 소환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검찰이 권 시장을 소환까지 한 것은 결정적인 물증 2가지 이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검찰은 이번에 소환조사한 내용 등을 분석한 뒤 큰 변수가 없는 한 권 시장을 이르면 이달 말까지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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