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2%대로 뚝 떨어진 가운데 달러 강세와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외화 예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돈을 굴릴만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외화예금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중 FTA 타결을 계기로 위안화의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연 3%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개인 대상 위안화 예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한·중 FTA 타결… 위안화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한국과 중국 양국이 지난 10일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공식선언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과는 다르게 금융 분야를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다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맞춰 정부와 금융권은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을 내년에 2~3배로 늘릴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규모는 2011년 2206억 달러, 2012년 2158억 달러, 지난해 2290억 달러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한·중 교역량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20% 이상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 무역결제에 달러가 필요 없어 환전수수료 등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청산은행을 통해 중국 현지와 직접 결제할 수 있어 결제 비용도 절감하게 된다.
위안화 청산은행 지정으로 국내에 위안화 예금 등 자산이 축적돼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나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무역금융이나 대출 등 위안화 지급 중개가 확대되는 등 새로운 영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위안화 결제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에 유입·거래되는 위안화를 취급하는 금융상품도 잇따라 생겨나게 된다.
▲은행권 위안화 상품 잇따라 출시=우리은행은 지난 6일 기업과 개인이 모두 가입할 수 있는 '글로벌 위안화(CNH) 예금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외화수수료 면제·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입출식통장과 자유적립식·회전식 정기예금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위안화 보통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외화통장으로 1년간 미화 2000달러 범위 내의 위안화 입출금 거래에 대해 현찰수수료(외화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때 부과하는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글로벌 위안화 자유적립예금'은 최대 36개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추가 적립할 수 있고, '글로벌 위안화 회전식 정기예금'은 최대 6개월 범위 내에서 금리주기가 회전되는 상품이다. 내년 6월 말까지 0.2%포인트의 특별우대금리를 포함해 출시일 기준 1년제 글로벌 위안화 정기예금의 금리는 최고 연 3.07%가 적용된다. 이번에 출시한 위안화 예금은 일반인도 한도 없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최초의 상품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공동으로 위안화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기업과 개인이 모두 가입할 수 있는 연 3%대 금리의 '하이 차이나(Hi China) 위안화 정기예금'이다. 이 상품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외화 정기예금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3억 위안 한도로, 하나은행은 17일부터 1억 위안 한도로 12월 31일까지 판매한다.
최대 연 0.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해 6개월은 연 3.0%로, 1년제는 연 3.1%의 금리를 적용한다. 위안화 무역결제를 하는 중소기업은 물론 개인도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금액은 제한이 없다.
신한은행은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위안화 정기예금 상품 도입을 적극 검토하면서 올해 안에 위안화 외화 대출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역시 현재 1년 만기에 금리가 2.9%인 위안화 정기예금 상품을 개편해 새롭게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국민은행도 올해 안에 위안화 예금상품과 대출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초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줄어 위안화 상품을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로 여기고 있다. 정부도 위안화 역외 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하면서 위한화 관련 거래기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위안화 관련 금융거래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위안화 강세 이어질까… 환손실 가능성 유의해야=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 중 위안화 쏠림 현상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현황' 자료를 보면 10월 말 현재 거주자의 위안화 예금은 217억 달러(22조 9000억 원)로, 전월보다 13억5000만 달러 증가했다. 특히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664억1000만 달러) 중 위안화 비중은 32.7%로 전월 최고치(32.0%)를 넘어섰다.
위안화 예금이 급증하는 이유는 위안화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서다. 국내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고,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원·위안화 재정환율 지난달 7월부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이달 10일 위안당 177원까지 올랐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에서 원화는 달러보다 약세를 보였지만 위안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원화와 위안화는 외환시장에서 직거래 되지 않기 때문에 달러와 비교한 상대 가치로 따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강세 전망에도 외화예금의 특성상 환손실 가능성에 유의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 정보가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만 보고 외화상품을 무턱대고 가입하는 것은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로 원·위안 환율은 작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사이에 14.2%나 떨어진 적이 있다. 이런 환손실이 발생할 경우 고금리로 상품에 가입해도 손실을 그대로 떠안을 수 있다. 환손실 부담은 기업보다도 개인 투자자가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기업들은 무역대금 결제 시 시 외화자금에 일정부분 환 헤지(외환선물이나 파생상품 거래로 환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를 하는 것에 비해 개인투자자는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 금융관계자는 “위안화 예금은 위안화 강세가 이어져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환손실에 위험에는 언제나 노출돼 있다”며 “은행들이 잇따라 위안화 예금을 출시하고 있지만 가입 시 환위험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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