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온 대전산업단지 재생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원부족으로 꼽힌다.
여기에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사업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각별한 '신중성'을 기하고 있는데다, 재생사업과 관련된 정부의 '쥐꼬리 예산'편성도 사업 답보상태에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20일 대전시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대전산단은 지난 2009년 노후산단으로 분류된 부산, 대구, 전주지역 산단과 함께 재정비사업 시범지구로 선정됐지만, 재원부족 등 여러가지 문제점 등에 발목이 잡히며 현재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신규 산업단지 조성과 달리 전국에서 처음 진행되는 재생사업이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의 경험부족이 드러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재생사업에 관한 법제도를 최근까지 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시는 당초 계획했던 사업을 일부 수정해, 주민설명회를 재개최하는 등 좀처럼 사업진행을 하지 못했다.
특히, 정부는 2009년 재생사업 계획으로 도로, 주차장, 공원녹지 등 공공시설 확충에 국비 870억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 중 도로사업비 300여억원만 지원하고 나머지 400억~500억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내년 9월까지 재생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해야 하지만, 예산은 물론 사업자 선정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 과학특구과는 “정부도 지자체도 재생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모로 어려운 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출혈도 발생하고 있어 입주기업 및 주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남은 10개월여 동안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겠다. 최근 LH도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모든 문을 열어두고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입주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산업단지 지정 해제를 요구하며 사업불만을 나타냈다. 이는 많은 보상문제 등으로 사업자 선정이 어려운 만큼 산단 지정을 해제해 상업용지로 전환, 기업들이 스스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대전산단 한 기업인은 “테크노밸리와 대덕산단 등과 같이 똑같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복지시설 등 공공아파트 등은 건설해 주지도 않고, 소외를 받고 있다”며 “차리리 이런 상황이면 산단 구역 해제를 통해 기업들이 알아서 재생사업 등을 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전산업단지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시가 사업자체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전문수용지역 보상 등을 너무 현실적으로 편성하다 보니 LH 등 공사 시행사 접근이 어려웠다”며 “사업고시 후 시행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전산단 기업인들은 재생사업 관련 편성 예산이 각종 정부 국책사업들에 밀리면서 무관심 속에 '조족지혈 예산'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경제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소극적인 대처도 질타했다.
한금태 전 대전산업단지협회 회장(삼영기계(주) 대표)은 “재생사업은 토지보상 등 다방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사업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와 대전시의 사업 추진에 대한 열정이 부족했다”면서 “사업 실행 방안 설정이 안된 상황으로, 정부와 시가 강력한 추진력과 자신감을 갖고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천식 대전충청미래포럼 대표는 “산단 재생사업과 관련해 대전은 중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상태”라며 “대전시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장기적인 사업계획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부는 대전산단 재생사업 관련, 확고한 재정투입을 보장하며 향후 사업추진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는 “(재생사업 관련)올해 15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데 이어, 내년 예산도 올해 예산 규모 이상인 167억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국회 예결위 심의 중인 가운데, 내년 예산은 추가로 증액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의 사업추진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박전규·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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