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헌선 대전교총회장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

하헌선 대전교총회장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

스승 존중시대는 지나갔지만, 교권마저 땅에 떨어져선 안돼 경력-새내기 교사간 조화 통해 막강한 교육경쟁력 기를 수 있어

  • 승인 2014-11-19 14:30
  • 신문게재 2014-11-20 10면
  •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이경태·사진=�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이경태·사진=�
▲ 1956년 6월 2일 공주에서 2남 1녀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 공주중과 공주고를 거쳐 1976년 공주교육대학을 졸업했으며 한국방송통신대 초등교유학 학사(1992년 2월), 대전대 컴퓨터교육학 석사(2002년 2월), 우송대 경영학 박사(2012년 8월) 학위를 받았다. 대전시교육청 초등교육과와 대전교육연수원 장학사를 거쳐 2013년 9월부터 대전동산초 교장을 맡고 있다. 또 6·8대 대전교총 부회장을 역임한 뒤 2013년 1월 제9대 대전교총회장에 선출됐다.
▲ 1956년 6월 2일 공주에서 2남 1녀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 공주중과 공주고를 거쳐 1976년 공주교육대학을 졸업했으며 한국방송통신대 초등교유학 학사(1992년 2월), 대전대 컴퓨터교육학 석사(2002년 2월), 우송대 경영학 박사(2012년 8월) 학위를 받았다. 대전시교육청 초등교육과와 대전교육연수원 장학사를 거쳐 2013년 9월부터 대전동산초 교장을 맡고 있다. 또 6·8대 대전교총 부회장을 역임한 뒤 2013년 1월 제9대 대전교총회장에 선출됐다.

[에듀스토리] 하헌선 대전교총회장

대덕구 오정동 동산초등학교 교장실 문을 열자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기타와 드럼이었다. 음악실을 연상케 할 정도로 교장실 곳곳에 세워진 20여개의 기타와 드럼, 트럼펫, 색소폰 사이에서 환한 미소로 반기는 하헌선 제9대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교육자보다는 음악인의 인상을 풍겼다.

지역의 새마을금고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예능 활동을 위해 기증해준 기타를 소중히 보관하려는 하헌선 회장의 마음이 교장실의 틈새 공간까지 악기 놓을 자리로 내어준 듯했다.

정부의 연금개혁을 반대하고 불합리한 교육제도에 항거해야 하는 대전교총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동산초 학생들을 바라볼 때는 여느 아버지와 다름없는 따뜻한 눈빛을 지닌 하헌선 동산초 교장. 때론 자원봉사자로 지역 사랑을 실천하는 그에겐 '팔색조 교육자'라는 별명이 걸맞다. 지난 12일 동산초 교장실에서 하헌선 대전교총회장을 만나 그의 교육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1월 제9대 대전교총회장 취임 이후 2년 가까이 회장직을 맡아오면서 교단을 힐링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교단 힐링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해오셨나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 스승을 존경하는 시대가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교권마저 땅에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헌선 대전교총회장은 힐링을 생각할 때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게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교단을 힐링하기 이전에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만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대전교총회장 선거 때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단힐링을 직접 추진해왔다.

먼저 교사가 마음 놓고 학생을 가르치고 존경받는 풍토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위해 노력해왔다. 결재와 보고 문화를 간소화하고 전시적·비생산적·관행적 업무를 줄이도록 일선 학교 교장들과 머리를 맞대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대전 교육 전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바로 '변화와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사람은 업혀가지만 뒤진 사람은 끌려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왕 변화할 것이라면 먼저 변화하는 것이 좋다”며 “학력 위주의 교육에서 개성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으로 변해야 하고 유치원부터 직장까지 연계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재의 대전교육이 그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 회장은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노래와 악기 연주, 스포츠에 만능인 하 회장이 지금의 다양한 끼를 발휘하는 모습은 대학시절 그룹사운드 시절로 순간 되돌아갔다.

공주교대 재학 시절이던 1975년 친구들과 함께 공주교대 그룹사운드인 '골든 그레이프스(GG)'를 결성한 주인공이 바로 하헌선 회장이다. 하 회장은 당시 악기를 살 돈이 없어 등록금으로 드럼을 구입하는 간 큰 대학생이었다. 다만, 악기를 구입한 사실이 들통나는 바람에 아버지한테 혼쭐이 났다는 하 회장의 말에 웃음보가 절로 터졌다. 당대 유명 밴드나 가수가 될 수는 없었지만 함께 어울려 끼를 발휘하기 위해 당돌한(?) 투자를 한 하 회장의 일화에서 모범생 기질보다는 모험가나 기업가의 기질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학업에서 손을 놓은 것도 아니다.

공주고 재학시절 성적이 전교 30등 이내에 들 정도로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꿈과 끼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며 “다만 이를 잘 찾아내지 못하고 잘 다듬지 못해 고뇌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하 회장의 삶에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용기가 엿보였다.

-신세대 교사들이 교단에 오르게 됐는데, 신·구세대 교사간 어떠한 조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세대가 변해도 바르고 정직하고 경쟁력있는 전인적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 회장은 “경력 교사와 새내기 교사간 조화는 경력교사의 교육현장 노하우, 즉 내공이 쌓인 교육전문성과 새로운 교육학으로 무장한 신규교사가 서로 존중하는 데서 생겨난다고 본다”며 “이같은 조화를 통해 막강한 교육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돌이켜 생각해보며 “아이들을 잘 가르치지 못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열정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수업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게 하 회장의 기본적인 교육관이다.

하 회장은 “경력 교사 또한 과거에 몸에 익숙해진 수업 방법으로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새로운 학습 방법을 익히는 일은 절대로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편으론 신·구간의 갈등요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갈등이 전혀 없는 조직보다는 적당한 갈등이 있는 조직이 활력있는 조직이라는 얘기다.

하 회장은 “상하관계보다는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생활하다 보면 배려하고 양보하고 용서하는 문화를 만들수 있다”며 “학교장이나 교감 또한 교사들과 수직관계보다는 수평관계를 통해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교육자로서 어떠한 철학을 갖고 있으신지요.

“교육자는 긍지를 가지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리더십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 회장은 “교사는 교사에 맞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며 “한마디로 말하면 '희생적인 교육기부'”라고 강조했다.

그가 초등학교 교사가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교사의 영향 때문이다. 그 당시는 중학교에 입학하려면 시험에 통과해야만 했던 때다. 그렇다보니 제자들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하 회장의 담임교사는 밤 9시까지 철필로 직접 제자들이 공부할 문제를 작성하고 검정 인쇄잉크를 손에 묻혀 자료를 만들어 지도했다.

그런 희생을 통해 제자들을 중학교 시험에 합격시켰던 담임교사의 모습은 아직까지 하 회장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하 회장을 교사로 입문할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동기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하 회장의 생각은 아직도 끊임없이 실천하는 봉사활동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3년여에 걸쳐 대전봉사체험교실(회장 권흥주) 회원들과 함께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대전시내 5개구의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펼쳐지는 사랑의 연탄배달봉사에 참여했다. 매주 일요일 새벽마다 소외계층에게 위문품을 전달하고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단 하루만 빼놓고 모두 참여했다는 말에 숙연해졌다.

하 회장은 “제자로부터 결혼식 주례 요청이 들어와서 새벽 일찍 인천을 다녀와야 해서 단 한번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주례 사례비를 받았는데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사례비를 대전봉사체험교실에 연탄비로 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도 마약처럼 중독이 되는 것 같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어울려 살고 남을 배려하는 삶이야말로 교육자가 실천하고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동산초등학교에서 절대적인 군주적 교장이 아닌, 권위의식이 절대 없는 친근하고 친화력 뛰어난 교장으로 아이들과 친구처럼 격의없이 지내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갑작스럽게 교장실로 뛰어든 다운증후군 장애 학생의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도 다정하고 친근하게 몸짓으로 의사소통하며 귀 기울여 들어주는 모습을 보니 진정한 참 교육자상이 바로 이 모습이구나 싶었다.

하 회장에게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가슴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눈높이를 낮추고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려는 마음이 느껴져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대전지역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마지막으로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옛날과 같이 선생님을 존중해주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선생님을 믿어주는 만큼 아이도 믿음으로 자라날 것을 확신합니다.”

하 회장은 “좋은 학부모라면 학교 교육활동을 긍정적으로 보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줘야 한다”며 “선생님들이 하는 일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믿고 지켜봐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를 위해서는 교사 나름대로의 피나는 노력도 있어야 함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생활을 습관화해 존중받고 신뢰받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하 회장은 수능이나 대입을 지향하기 위한 학력보다는 자녀가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안내해주는 부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데 힘을 실었다.

하 회장은 “기초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기초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많은데 기초가 튼튼한 자녀는 자기 일을 자기 스스로 하게 된다”며 “정직한 습관, 교통준수 습관, 스스로 기상하는 습관,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 등 네 가지만 잘 해도 기초 인격 형성의 80%는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정리=이경태·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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