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불법 원룸쪼개기 '만연'

다세대주택 15개로 분할 적발…서부署 건축주 등 40명 불구속

5세대용 다세대주택을 15개의 원룸으로 불법 분할한 건축주와 이를 눈감아준 감리건축사가 대전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대전 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18일 다세대주택을 불법 증축·대수선 한 건축주 정모(60)씨와 불법 증축을 알고도 허위로 감리보고서를 작성한 감리건축사 이모(44)씨 등 40명을 건축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건축주 정씨는 서구 도안동에 지상 3층, 5세대의 다세대주택을 준공한 후 대수선을 벌여 15세대의 원룸으로 불법증축한 혐의다.

정씨는 다세대주택을 착공할 때부터 건축사에게 원룸쪼개기에 적합한 설계를 의뢰했다.

그 결과 싱크대와 화장실이 만들어질 곳에 미리 배관과 배수구를 설치해 벽 속에 숨겼고, 전기와 가스계량기도 신고된 세대수보다 많이 설치했다.

같은 모양의 여러 방이 하나로 연결된 기형적 구조인 다세대주택은 그대로 준공처리됐고, 정씨는 방에 벽을 세우고 약속된 위치에 싱크대를 놓고 벽에 감춰진 배수구와 연결했다.

준공 후 공사를 거쳐 5세대용 다세대주택은 15세대가 거주하는 불법 원룸으로 둔갑했다.

정씨가 받을 수 있는 임대소득도 그만큼 늘어났지만, 좁은 복도에 벌집처럼 연결된 원룸은 화재위험도 커졌고 주차장은 여전히 4면이어서 불법주차를 초래했다.

특히, 공사를 감독할 감리 건축사는 무단증축이 이뤄질 것을 알고 있었으나, 해당 건물 설계에 참여했거나 설계 건축사와 관계 때문에 제대로 감리하지 않은 혐의다. 또 구청 공무원의 업무를 위임받아 사용승인 현장확인을 대행하는 조사검사 대행자도 전기·가스계량기가 많이 설치된 것을 보고도 문제가 없다는 검사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원룸쪼개기 다세대주택은 서구 도안·복수·도마동에서만 22채였고, 이들 건축주 22명과 감리건축사 12명, 시공자 6명이 각각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방을 분할하도록 설계한 건축사가 후에 감리 건축사를 맡고, 조사검사도 허술하게 진행돼 원룸쪼개기가 만연하고 있다”며 “화재시 건물자체 안전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