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심사 시기 '기싸움'

'12월 2일 이후 자동 부의' 국회 선진화법따라 신경전

▲홍문표 예결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소방방재청에 대한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내년 예산안 심사 시기를 놓고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유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 이후에는 예산안이 자동 부의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달 30일까지 여야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다음달 2일 여당 자체 수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방침을 18일 시사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1월 30일 자정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12월 2일 예산안 정부안이 본회의에 부의된다”면서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저희들은 실무적으로 11월 25일 무렵부터 지금까지 예산 심사를 정리해서 만일 정부의 원안이 처리될 상황이면 우리당의 수정 동의안을 별도로 만들어 본회의에 올려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므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부당한 요구, 예산안을 정략적 수단으로 악용하는 예산 심사를 적극적으로 거부해달라”고 예결위원과 각 상임위 간사들에게 주문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김재원 수석부대표의 보고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해마다 예산안 처리와 주요 정치적 현안을 사실상 연계처리해 왔으나 이번부터는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12월1일)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새정치연합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예산안을 자력으로 강행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야당은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여당의 예산안 일방처리를 미리 견제하는 식의 대국민 여론전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는 사자방 국조 문제를 미룰 수 없다. 사자방 국조는 국민 명령이고, 국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20일 정책의총을 통해 진짜 민생법안과 가짜 민생법안을 철저하게 가려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예산 심사는 제때 마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여야는 예산안 심사 과정을 시종 언론에 공개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