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상급식보다는 누리과정 예산을 먼저 편성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교육 예산 편성에 혼란이 예고된다.<본보 11월 10일자 2면 보도>
11일 충청지역 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시·세종시교육청은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을 6개월분인 295억원, 78억원씩 예산에 편성했다. 충남도교육청은 7개월분인 633억원을 책정했다.
이들 교육청은 현재까지는 향후 6~7개월 이후에는 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보육료가 편성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 대응 앞에 내년 하반기에도 교육청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지난 9일 누리과정이 무상급식과는 달리 법적으로 장치가 마련된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의 의무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해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를 사실상 지방정부와 교육당국의 몫으로 떠넘기는 분위기다.
게다가 무상급식을 지자체장의 재량으로 언급하며 무상급식으로 인한 예산 부족이 사실상 보육료 예산 미편성의 이유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게 교육계의 반응이다. 여당마저도 무상급식보다는 보육료 예산 편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지방채 발행 노력에 따른 ‘대승적 차원(?)’의 어린이집 보육료 편성은 시도교육감들이 스스로 정부에 대한 강경 대응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이 됐다.
또 시도교육청별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규모를 각각 다르게 편성하면서 ‘각개전투’식 대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정부를 향해 한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무상급식률이 낮기 때문에 어느 정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여유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자칫 무상급식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진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11일 논평을 통해 “‘무상보육은 내 공약, 무상급식은 너희 공약’식의 저급한 이분법을 동원해 정쟁을 일삼아서는 안된다”며 “정부와 여당은 무상급식 예산을 포기해서 무상보육에 쓰라는 무책임한 말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어린이집 보육대란은 교육청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지원 없이는 무상급식도, 누리과정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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