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의 특정 결과를 기대하며 경마와 경륜, 카지노 등에 돈을 거는 행위인 도박이 지역사회에 뿌리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 도박성 게임의 다양화와 함께 장기적인 경기침체, 취업난 등으로 '한탕주의'가 만연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도박중독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20대 젊은층부터 70대 노인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도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지역사회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9일 한국마사회의 전국민대상 대규모 도박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의 도박중독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도박참여율은 63.2%로, 전국 평균(58.1%)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충북과 충남의 도박참여율은 각각 69.6%, 67.6%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1, 2위를 차지할 정도다.
대전은 도박중독의 대표 척도인 베팅액도 평균 62만원으로 전국평균(53만원)보다 18%가량 높은 수준이다. 높은 도박참여율에 따라 도박중독자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도박중독자는 전체 성인 인구의 약 0.9%인 33만6550명에 달한다. 문제성 도박자를 포함하면 도박문제 인구는 전체 성인 인구의 2.1%인 80만566명으로 추정됐다.
대전의 경우 도박중독자는 성인 인구의 0.3%인 3696명이고, 문제성 도박자를 포함하면 성인 인구의 1.0%인 1만1192명으로 조사됐다.
충남은 문제성 도박자를 포함한 도박중독자는 성인 인구의 0.5%인 7408명으로 조사됐다. 충북의 도박중독자는 성인 인구의 0.3%인 3692명이고, 문제성 도박자를 포함하면 성인 인구의 1.0%인 1만1212명이었다. 대전의 1년간 도박활동일 수는 36.1일이고, 충남은 50.1일, 충북은 51.6일이었다.
가장 많이 하는 도박은 로또가 60.1%로 월등히 높았고, 다음으로 온라인게임(37.6%), 화투·포커(33.7%), 내기당구·바둑·장기·골프·낚시(10.6%), 즉석복권(3.4%)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사행산업 실태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도박중독 위험인구는 265만명에 이르고, 성인 한 명이 연간 53만5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행산업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9조6726억원으로 전년대비 0.7% 증가했으며, 사행산업 시장은 최근 5년간 3조1404억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행산업 성장으로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안타까운 사연도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전에 사는 김모(46)씨는 5개월 동안 인터넷 게임 도박으로 3억원을 날려 빚쟁이 신세가 됐다. 부모와 여자친구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한 번만 터지면 된다'는 생각에 계속 돈을 걸게 됐다는 김씨. 지금은 도박을 끊기 위해 매일 자신과의 싸움으로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있다.
충남에 사는 한모(38·여)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로 받은 2억원가량의 돈을 모두 탕진했다. 부모가 일부 빚을 갚아줬으나, 도박의 유혹에 못 이겨 또다시 도박의 늪에 빠지면서 1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한씨는 실망스런 자신의 모습에 3살 먹은 딸을 볼 자신도 없다고 한다.
이처럼, 도박중독자들이 도박을 시작한 후 다시 끊기 위해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마치 수렁처럼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박중독자들을 치유하고 예방 및 홍보 역할을 하기 위해 오는 27일 문을 여는 대전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
김세진 대전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장은 “대전의 장외발매소를 비롯해 특히 청소년들의 도박중독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시민들에게 도박중독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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