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車 주차의 두 얼굴

화물車 주차의 두 얼굴

주택가 골목 불법 점령…공영차고지 텅텅 대조 "북대전에 차고지 설립해야" 한목소리

  • 승인 2014-11-05 21:23
  • 신문게재 2014-11-06 7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1. 4일 오전 5시 30분쯤 대전 대덕구 신일동 주택가 좁은 골목길에 화물차 20여대가 잠들어 있었다. 화물차들은 인도 없는 좁은 도로에서 앞차의 꼬리를 물듯 150m가량 양쪽으로 주차된 채 어둠에 묻혀 있었다. 사람 키만한 바퀴에 비상등이나 반사판도 없이 숨죽인 화물차를 피해 보행자는 도로 중앙까지 나와 피해갔다.

#2. 같은 날 오전 6시 10분 동구 낭월동 남대전물류단지 내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주차면적의 절반이 비어 있었고, 그나마 주차된 차량의 절반만 화물차였다.

대전에 유일하게 조성된 화물차 공용차고지이지만, 밤사이 이곳에 머물렀던 화물차는 많지 않았다.

덤프트럭과 트레일러 등 공영차고지에 있는 화물차는 28대에 불과했고 산업단지가 멀어서인지 차고지 수요도 많지 않아 보였다.
대전시내 골목 곳곳이 화물차량에 점령될 정도로 불법주차가 심각하지만, 화물 공영차고지는 오히려 한산한 실정이다. 화물 공영차고지가 산업단지 아닌 곳에 마련됐고, 단속만으로는 화물차 밤샘주차를 예방할 수 없어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에 주소를 둔 화물차는 모두 1만851대에 이르며 차고지를 증명할 의무차량 8294대가 지역에서 물류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타지역에서 들어와 대전에서 활동하는 화물차량까지 더하면 지역에 1만여대의 화물차량이 도로를 누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화물차는 모두 차량을 주차할 차고지를 서류상 증명한 상태지만, 실제 차고지를 이용하는 화물차는 드문 실정이다. 차고지를 서류상 만들어놓고 실제로 사용할 수 없거나, 차량 소유 기업이 타지역에 있는 경우 그리고 물건을 싣고 대전을 방문한 경우 대전에 주차할 곳이 없는 셈이다.

화물차 운전자 이동철씨는 “화물차 소유 회사가 부산에 있어 차고지도 그곳에 있지만, 저와 화물차는 대전에 머물며 전국에 물건을 배송한다”며 “큰 도로에 자리가 없으면 주택가까지 들어갈 수밖에 없고, 신탄진휴게소에 밤샘주차하고 다음날 고속도로 최고 이용료를 부담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주차공간을 찾아 대전시내를 배회한 화물차량은 결국 주택가 골목까지 파고들어 밤샘주차를 하고 있다.
중구 사정동과 동구 가양동, 대덕 신탄진 일대가 화물차량 밤샘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밤샘주차한 화물차를 단속해 과징금 20만원을 부과하는 게 전부다.

동구 낭월동 남대전물류단지에 화물차량 공영주차장 220면이 조성돼 있지만, 산업단지가 있는 대덕과 거리가 멀어 이용률은 크게 떨어지는 형편이다. 때문에 시민들의 보행안전을 위해서라도 화물차량을 수용할 공영차고지가 산업단지와 가까운 북대전에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시 운송주차과 관계자는 “북대전에 화물차량 물류단지를 조성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차고지 아닌 골목에 주차하는 것까지 인정되는 건 아니다”며 “밤샘주차 때 문에 민원이 계속되고 있어 단속과 계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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