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도 자치단체가 운영하던 '의료심사 조정위원회'를 폐쇄하고 의료분쟁조정 중재원이 만들어지면서 지역에서 발생한 의료분쟁 사건들은 조정중재원의 문을 두드리도록 안내하고 있다.
지역에 조정중재원 분원이 없다보니, 지역 환자들은 일괄적으로 서울의 의료분쟁조정 중재원을 이용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실질적인 조정 활동은 미흡한 상태다. 국회 김기선 의원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조정신청 건수는 지난 2012년 503건에서 2013년 1398건, 2014년 7월까지 1120건 등이었으며, 이 가운데 조정이 시작된 사안은 전체의 40.8%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에는 305건, 2013년 838건, 2014년 541건이 각각 조정에 불참해 개원이래 1684건이 조정을 시작하지 못했다.
조정이 열리지도 못한 1684건 중에는 의료기관이 참여를 거부한 사례가 1298건(77.1%)으로 가장 많았다.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체 신청건수 대비 불참 비율이 75%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은 의료기관 가운데 가장 마지막 단계로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면서 그만큼 의료사고 발생 위험도 높다.
현행법에는 의료기관에게 조정 절차에 참여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조정을 거부해도 특별한 제한 조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환자들은 의료분쟁 조정위원회를 믿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시위를 하거나, 병원앞에서 단체 행동을 하는 등 감정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지역에서 병원앞 시위가 사라지는 듯 했지만, 최근들어 병원앞 시위가 부활되는 것은 이같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최근 지역의 한 대학병원 앞에서는 2주가 넘는 시간동안 확성기로 장송곡을 트는 등의 시위를 한 바 있다. 지역 병원 관계자는 “의료분쟁조정 중재원 설립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주장돼 이같은 기관이 생겼지만, 조직이 소규모이다 보니 지역 환자들의 경우 소외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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