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일터·쉼터 어우러진 마을…주민이 만든다

삶터·일터·쉼터 어우러진 마을…주민이 만든다

귀농귀촌형·도농교류형 등 제시 2016년까지 완성 목표… 올 첫 시동

  • 승인 2014-11-05 13:58
  • 신문게재 2014-11-06 11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3농혁신에서 부자 충남을 찾다-중도일보·충남도 공동기획] 5. 충남형 농어촌 마을 재구조화

오늘날 농어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을에서 젊은 사람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는 것이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사람이 없다 보니 생활 여건이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갈수록 정주여건이 악화되고 지역경제가 쇠퇴하고 있다.

농어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인구유입을 저해하면서 인구감소와 생활 여건 악화의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기존 행정 당국이 추진해온 분산 투자와 단기간에 사업성과를 노리는 정책만으로는 농어촌 모습과 정주여건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개념이 '농어촌 재구조화'다.

▲주민 주도 맞춤형 발전 모델=농어촌 마을 재구조화는 충남도의 특수시책이다. 전국적으로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시·도는 없고 정부에서도 이를 쓰고 있지 않다. 농어촌마을 재구조화 사업은 인구와 세대수, 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쇠퇴하는 지역에 대한 마을구조를 혁신하는 취지다. 그동안 지역개발사업이 산발적인 분산 투자로 사업간 연계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패키지화한 것으로, 올해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도내 농어촌 마을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시책의 성공을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농어촌에 대한 투자가 행정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농어촌마을 재구조화 사업은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고 행정기관은 지원 역할만 한다. 사업 범위도 다르다. 과거 농어촌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은 마을 공간 조성 등에 그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충남도가 구상하고 있는 이 시책은 농어가 소득 증대와 함께 문화 공간 및 정주 여건 확충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삶터와 일터, 쉼터가 어우러지는 쾌적한 복합생활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이 충남도가 구상 중인 농어촌 마을 재구조화의 핵심이다. 세부적으로는 '행복한 삶터'를 만들어 쾌적한 정주기반을 조성, 문화 및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율공동체 형성을 통해 농어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표가 있다. '창조적 일터'를 통해서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농어촌 매력 상품화와 주택개량을 통해 경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매력 있는 마을' 조성도 추진된다. 모델 유형으로는 주거환경 개선을 기본으로 귀농귀촌형, 도농교류형, 소득경제형, 경관생태형, 역사문화형, 복지형 등이 거론되고 있다.

▲2016년까지 단계적 추진, 도, 시·군, 주민 협업 필수=농어촌마을 재구조화 사업은 올해 첫 시동을 걸었다. 도는 지난 7월 25일 청양군 용천권역커뮤니티센터에서 도내 각 시·군 담당 공무원과 마을 지도자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어촌마을 재구조화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농어촌마을 재구조화 사업 대상지 선정에 앞서 실시되는 것으로, 사업의 추진방향과 사업모델, 대상지 선정기준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도는 참석자들에게 주택개량 및 정비대상 수요조사, 신규주택 단지 조성에 필요한 토지확보 여부, 사업에 대한 마을주민의 의지와 역량 등 사업 대상지 선정기준을 설명하고 마을 지도자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8월에는 농어촌 재구조화 사업을 중점 추진할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업추진단을 발족했다. 사업지원추진단은 지역개발, 마을 만들기, 복지, 농촌 경관, 에너지, 건축, 마을디자인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 성격을 띠고 있다. 도는 추진단을 활용해 농어촌마을 재구조화 사업의 단계별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는 2015년 3~4개 마을을 선정 시범 시행한 뒤 2016년부터는 3~5개 마을로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1차 연도인 2015년에는 농어촌마을 리모델링 사업 착수 및 주민 역량 강화가 중점적으로 진행된다. 리모델링사업의 경우도 태스크포스팀과 지역주민이 협력해 마스터플랜을 세운다. 주민역량 강화사업은 특정 마을의 사업유형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실시될 전망이다. 2016년에는 농어촌마을 종합개발사업과 융복합 사업이 시작된다.

도는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40일간 농어촌마을 재구조화사업 응모를 진행했으며 현재 내부적으로 대상 마을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도는 실현 타당성, 사업추진의 역량, 사업추진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최종 사업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성공하려면 도와 일선 시군 마을 주민 간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는 농어촌마을 재구조화 모델을 구축하고 사업계획 수립, 예산 확보 등 총괄적인 업무를 맡아야 한다. 일선 시·군은 수요조사와 후보지를 추천하고 사업을 세부적으로 시행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은 마을별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 및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정책과의 연계 중요=농림축산식품부와 충남도에 따르면 '농어촌마을 주거환경 개선 및 리모델링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 6월 제정·공포된 이후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올 상반기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전국 3만 6000여 개 농어촌마을 가운데 주거환경이 열악한 농어촌마을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앞으로 농어촌마을은 전면재정비형, 연계 개발형, 유지보전형과 같이 마을별 특성을 고려한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슬레이트 제거, 빈집 및 담장정비, 주택개량 등 통합적으로 정비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마을 정비는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진 가능하다. 사업추진 때 필요한 절차도 대폭 간소화됐다. 기존 '농어촌정비법' 상의 8단계 시행절차를 6단계로 축소하고, 모두 27개 인허가를 의제 처리해 전체 사업 소요기간이 약 8개월 정도 단축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해 충남 서천 송림마을, 전북 순창 방축마을, 전남 진도 안농마을, 경북 영주 주치골마을 등 4곳을 농어촌마을 리모델링법에 따라 리모델링사업 시범지구로 선정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농어촌지역의 기존마을을 현실에 맞게 통합적으로 리모델링해 농어촌지역의 주거여건 개선 및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2년간 156억 원을 투입, 시범사업 4개소를 추진할 계획이며, 2015년부터는 연 100개 마을씩 10년간 모두 1000개 마을을 추진할 목표로 하고 있다.

충남도와 서천군도 이번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서천 송림마을 리모델링 사업에 국비 21억 원을 포함해 모두 39억 원을 투입, 기존주택 리모델링, 기반시설 설치 및 공동생활형 홈 조성 등 주거여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농어촌마을 주거환경 개선 관련 정부 정책이 본격 시동을 것이다. 이번 정책은 충남도 농어촌마을 재구조화 사업과 같은 맥락이어서 양 사업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도는 정부사업인 '농어촌마을 재정비'는 단기과제로 추진하고, 자체사업인 '농어촌마을 재구조화'는 장기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 관계자는 “농어촌 개발사업의 계획적, 협업적 투자로 자립기반을 조성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개선과 소득 문화 복지가 어우러지는 대한민국 농촌다움이 살아 있는 농어촌마을 재구조화를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지역개발, 마을만들기, 복지, 농촌경관, 에너지, 건축, 마을디자인 등 분야별 전문가를 자문단으로 구성할 것”이라며 “이를 활용해 마을 주민들에게 단계별, 분야별 역량강화 학습을 제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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