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대전창고 화재에서도 소방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엇갈린 결과를 내놓은 사례가 있어, 래크식 창고가 화재 진화도 어렵고 원인을 밝히기도 취약한 구조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대전 대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한국타이어 대전 물류창고의 화재 원인을 밝히고자 4차례 합동조사를 벌였으나, 한 달 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과학수사팀과 대전소방본부, 기계연구원, 전기안전공사가 참여해 불이 난 물류창고의 전기배선과 모터 상태를 정상 가동 중인 물류창고와 비교했다. 또 타이어 운반의 전자시스템에 접속한 기록과 무인시스템인 창고 출입기록까지 조사했다.
대덕경찰서 관계자는 “발화지점은 무인시스템의 타이어 창고 내부였다고 여겨지나 원인과 발화지점을 특정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방화 등의 의심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국과수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건을 수직으로 층층이 쌓았던 한국타이어 래크식 물류창고 화재가 워낙 강해 뜨거운 열기와 진한 연기로 발화 장소가 상당히 훼손됐기 때문에 조사에 난관을 겪는 것. 이러한 현상은 지난 4월 발생한 아모레퍼시픽 래크식 물류창고 화재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대전소방본부와 국과수가 두달 가까이 합동조사를 벌인 끝에 대전소방본부는 '원인미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기적 요인 추정'으로 엇갈린 원인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두 창고의 원인조사가 어렵고 결과도 엇갈린 것은 래크식 창고의 화재특성 때문으로 여겨진다. 좁은 면적의 창고 내부에 십여 개의 단을 나눠 물건을 쌓는 래크식 창고는 공간활용을 극대화한 고층빌딩과 같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압축된 가연성물질에서 강력한 열기와 진한 매연을 배출해 현장이 상당히 훼손된다.
또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된 앞서 두 물류창고에 내부를 비추는 CCTV가 없어 화재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이유가 됐다. 대전소방 관계자는 “래크식 창고 화재는 철골 구조물이 녹거나 엿가락처럼 휘어질 정도에 열기가 발생하고, 두꺼운 그을음에 잔해물이 뒤덮여 원인에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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