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제왕 아닌 '머슴'될때 배움터는 웃음꽃

교장이 제왕 아닌 '머슴'될때 배움터는 웃음꽃

교장실은 사랑방으로 탈바꿈… 구성원간 구심점 역할 '톡톡' 권위 접고 열혈카메라맨 변신··· '친구같은 리더십' 행복 학교

  • 승인 2014-11-03 14:22
  • 신문게재 2014-11-04 11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중도일보-충남교육청 공동캠페인 '교육희망 만드는 학교혁신'- 학교장의 리더십 혁신

▲ 광주동초 학생들과 함께하는 심상화 교장.
▲ 광주동초 학생들과 함께하는 심상화 교장.
어느 집단이든지 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은 행동과 의지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권위적인 집단일수록 더하다. 이런 면에서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70~80년대와 비교해서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교장실의 문턱은 높은 편이다.

실제 학교를 한 번 둘러보자. 학생들의 이야기 소리에 늘 왁자지껄 떠들썩한 학교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고 전망이 좋은 2층 중앙은 의외로 학생들의 왕래가 가장 적고 조용한 경우가 많다. 왜일까? 그렇다. 이곳에는 십중팔구 학교 권위의 상징인 '교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교장은 학교안의 절대권력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교혁신을 논할 때 일각에서는 교장없는 교장실을 이야기하며, 절대 권력자가 아닌 자율과 평등을 강조하는 교장의 민주적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몇년 전 시골의 소규모 학교를 취재한 적이 있다. 60명 안팎의 전교생들이 교정에서 누군가를 쫓아다니며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고 누군지 알아봤다. 교장선생님이었다. 교장선생님은 방과후시간을 활용해 아이들과 병정놀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을 대장님으로 부르며 제법 그럴듯하게 거수경례까지 하며 병정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그 교장 선생님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생각해봐요. 시골에서 아이들이 노는 방법이 뭐가 있겠어요. 이렇게라도 해야지 아이들이 학교를 재미있어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합니다. 심지어 학교 밖에서 만나도 대장님하고 졸졸 따라다녀요. 때로는 주말과 공휴일에도 집으로 찾아와 놀자고 떼를 쓰기도 해요. 기특하죠. 동심을 그래서 순수하다고 하나 봅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 교장선생님 같은 분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학교안의 절대 권력인 '교장 선생님'을 더 많이 만난다.

<교장제도 혁명 중>이란 책에서도 교장의 권력과 권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는 교장 외에는 의사결정권자가 없다. 대한민국 학교는 흡사 군대와 같다. 피라미드식 관료 구조는 오로지 상명하복만을 강요한다. 대부분의 교사는 교장의 명령에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다. 학교 안의 모든 의사결정권을 교장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보듯이 대다수 학교는 학교의 권력과 권위의 정점에 서 있는 학교장이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으로 교사들을 이끌고 있으며, 그러한 모습은 참여와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간혹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학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혁신학교가 그렇다. 학교를 이끄는 학교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규율과 권위'로 학교를 경영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대신 '자율과 평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을 통한 학교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교장 선생님이 교장실에 없는 이유=인천의 신흥중학교는 교장실을 회의실과 접견실, 상담실로 이용하고 교장은 교무실에서 교감, 교사들과 함께 근무를 한다. 처음에는 한 교무실에 교장, 교감, 교사들이 함께 있다보니 교감과 교사들이 불편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교장과 교감, 교사들과 격의 없는 수평적 관계가 형성돼 교무실에서 민주적 회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또한 결재를 받는 시간이 크게 단축돼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줄이고, 이 덕분에 학생들 교육에 더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전북 고창의 흥덕중학교는 아예 교장실을 없애고 학교 이름을 딴 '흥덕카페'를 만들었다. 바로 '흥덕카페'가 교장 집무실이다. '흥덕카페'는 교육 사랑방으로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교장은 카페 지기로서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교사, 학생, 학부모)을 접대하는 서비스맨 역할을 하면서 모든 교육 주체들과 격의 없는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당연히 학교장의 주도로 관행적으로 이어지던 전달과 지시 위주의 교무회의는 폐지됐다. 정기적인 회의 시간에는 실질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었다.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을 두려워하는 아이들=광주의 광주동초등학교 심상화 교장은 학교장으로서의 권위를 버리고 교장실을 나와 카메라를 들고 학생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학교 곳곳을 누비며 학교 누리집에 학생들의 활동 사진을 직접 올리는 정성을 마다하지 않는다.

심상화 교장은 카메라 앵글에 교육활동 모습을 담으며 교사들을 만나고 학생들과 대화한다. 이 학교의 아이들과 교사들은 교장선생님과의 예고 없는 만남을 즐거워한다.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을 함께 고민하는 친구 같은 교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교장이 소통과 화합의 민주적 리더십으로 학교의 '제왕'이 아닌 '머슴'으로서 학생들과 교사들을 돕도록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하다.

충남 당진의 기지초등학교 최재순 교장은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인 여론에도 앞으로도 교장의 리더십 혁신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사례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과 교사가 즐거운 학교로 회복되고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의 학교 교육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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