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삽시다]암 치료됐지만, 엄마가 될수 없다면…

[건강하게 삽시다]암 치료됐지만, 엄마가 될수 없다면…

의료기술 발달로 '5년 생존율' 상승… 완치 후, 삶의 질 고려해야 할 시점 나이·결혼여부 따라 치료법 결정… 다수의 배아 혹은 난자 '동결보존'

  • 승인 2014-11-03 14:07
  • 신문게재 2014-11-04 10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건강하게 삽시다 - 가임력 보존치료

▲ 한애라 교수(건양대병원 산부인과)
▲ 한애라 교수(건양대병원 산부인과)
젊은 암 환자는 암 완치 후의 삶의 질에 대한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삶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인간답고 행복하게 사느냐가 그것이다. 암의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치료법도 발달하여 우리나라 주요 암의 5년 생존율은 꾸준히 상승하여 암으로부터 완치되는 환자 수가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암 진단 환자수의 10%가 20~30대였다. 젊은 여성 암 생존자의 경우, 아이를 갖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장기적인 생존 못지 않게 삶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여성의 가임력(임신 가능한 능력)은 만 37~40세 이후 급속히 저하되어 암 치료가 끝난 후에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되거나, 여러가지 항암치료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저하되기도 한다. 따라서 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암에 대한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가임력 보존에 대한 적절한 상담이 필요하다. 가임력 보존 치료에 대해 건양대병원 산부인과 한애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가임력 보존치료란=가임력보존치료는 말 그대로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을 보존하는 치료로, 항암치료로 인해 소실될 수 있는 가임력을 항암치료 전 미리 보존하여 암 완치 후에도 임신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치료법이다.

최근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우리나라 여성의 첫 출산연령은 평균 30세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암 진단을 받은 상당수의 젊은 여성들이 진단 당시 초산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한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전 유방암을 진단받은 여성의 56%가 이후 출산을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실제 암 진단 후 출산까지 성공한 여성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암 진단을 받은 환자나 치료를 하는 의사 모두 당장의 암 치료에만 집중할 뿐, 암 완치 후의 삶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거나 생각한다 하더라도 당장 해결할 부분이 아니라고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임신능력이 저하되는 이유=난자는 다른 세포와 달리 증식하지 않으므로, 한 여성이 가지는 난자수는 태생 당시 정해져 있으며 이는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특히 35세 이후에는 나이에 따른 난자 수의 감소폭이 급격히 증가하고, 평균 50세가 되면 난소 내에 난자가 다 소모되어 폐경이 된다. 따라서 산부인과에서는 만 35세 이전, 즉 난소내에 난자 수가 많이 남아있을 때 임신을 시도하길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암 치료를 하면 왜 가임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일까?

항암치료는 기본적으로 암세포처럼 활성이 큰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는 치료다. 암세포 외에 활성도가 높은 세포로는 위나 장내 표피세포들이 있고,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모낭세포들, 그리고 난소나 고환 내에 있는 생식세포들이 있다.

활성도가 높다는 것은 항암치료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이며, 항암치료를 하면 이런 민감한 세포들이 죽게 되어 구토와 설사,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고, 난자와 정자를 포함한 생식세포들도 죽게 된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머리카락은 새로 자라고 구토나 설사도 멈추지만, 난소 내에 있는 난자 수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통해 죽은 세포의 수만큼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다.

한애라 교수는 “물론 모든 항암치료가 임신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아니다. 항암치료는 기본적으로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치료가 있는데, 수술의 경우 난소나 자궁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가임력에 별 문제가 없다”며 “방사선치료 역시 복부 및 골반강에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면 가임력에는 큰 관계가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항암화학치료는 전신의 혈관을 통해 작용하는 것으로 임신능력을 담당하는 난소에도 영향을 미쳐 조기 난소기능부전 (폐경) 및 불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임력 보존치료법=환자의 나이 및 시행될 암 치료의 방법에 따라 가임력 보존치료의 방향이 결정된다. 항암화학치료 전에 가임력 보존치료를 위한 충분한 기간이 있는 성인 여성의 경우, 결혼 여부에 따라 난자 또는 수정란을 동결하고, 환자의 나이가 10대이거나 혈액암처럼 진단 직후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난소조직동결을 시행한다.

위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방법을 택하던 간에 항암화학치료가 시행되는 기간 중에는, 주기적으로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효용제 주사를 맞게 되는데, 이 주사는 세포독성이 강한 항암화학치료제로부터 난소 내 난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항암 치료가 종결되고 암이 완치되면, 동결 보존해 둔 난자와 수정란, 난소조직 등을 해동시켜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 등의 보조생식술을 통해 임신을 시도한다. 가임력 보존 치료는 궁극적으로 암 환자들의 완치 후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암을 극복한 후의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줌으로써 암치료에 대한 적응과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성암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20~30대, 넓게는 10~30대 환자들의 경우 장기생존이 가능한 암이 많으므로, 암 완치 후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본격적인 항암치료가 시행되기 전 반드시 가임력 보존 치료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암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암 전문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안내를 통해 가능하다.

한애라 교수는 “암을 진단받은 환자 역시, 당장의 절망에만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암 완치 후의 삶에 대한 희망을 갖고 가임력보존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상담받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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