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다가구 주택가가 쓰레기장으로 전락하는 현실과 관련, 자치단체가 마련해 시행하는 정책 탓만 할 수는 없다. 자치구마다 생활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효율적인 방법과 우수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다가구주택의 특성상 제도가 정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다가구주택 대부분이 투자목적이다 보니 주택 내 주인세대가 거주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어 쓰레기배출 방법을 세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통장들이 자신의 지역을 책임지고 가가호호 방문해 쓰레기배출 방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 통장은 “다가구주택에 사는 이들의 특성상 대부분 집에 없는 건 기본이고, 아예 문을 열어주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1~2년 단기 거주자가 많아 쓰레기배출 방법을 어렵게 설명해도 다른 세입자가 이사를 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함께 밤늦게 출근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세입자들이 많다 보니 이들이 생활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배출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해당 동주민센터 등의 설명이다.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는 배출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수거날짜가 될 때까지 며칠이고 쌓여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길고양이나 유기견에 의해 봉투가 찢어지면서 쓰레기가 밖으로 노출되는 등 골목 미관을 해치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주민은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에 무단투기까지 일삼고 있어 다가구주택 골목은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다고 좋은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유성구가 시행하는 무단투기방지시스템인 '클린지킴이'는 말 그대로 단속용 CCTV다.
화면에서 무단투기를 하는 주민을 발견하면 곧바로 음성으로 경고하는 것으로, 유성구는 무단투기가 심각한 20곳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다가 개선되면 다른 장소에 CCTV를 옮겨 단속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한 달간 했더니, 무단투기 쓰레기가 70%가량 감소했다.
경남 양산시가 시행 중인 생활폐기물보관함도 고려할 만하다.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양산시는 건축 허가(3세대 이상) 때 생활폐기물보관함 설치까지 권고하고 있다.
다가구주택 내에 주차장 인근에 공간에 생활폐기물보관함을 설치해 공동주택처럼 쓰레기를 한 곳에 모으거나, 분리배출하면서 관련 민원이 대폭 줄었다.
대전 서구도 이 제도를 요구한 민원이 있었지만, '폐기물 배출과 수거는 문전배출 문전수거가 원칙'이라며 도입을 거부한 바 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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