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구 밀집지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2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주택가에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쓰레기더미는 주로 '재활용품'이라고 쓰인 투명 봉지였고, 그 속엔 라면 빈 봉지부터 콜라 용기, 플라스틱컵, 담뱃갑, 의류 등이 분류 없이 담겨 있는 게 밖으로 비쳤다.
일부 봉투엔 데워서 간편히 먹는 포장밥과 술병, 참치캔에 음식물까지 뒤섞여 악취를 풍겼다.
“재활용봉투는 무료로 구할 수 있고 저녁에 가져다 놓으면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어요. 다음날 다 수거되는 것을 보면 돈을 내고 버리는 종량제봉투와 차이가 없어요.”
골목에서 만난 최모(23)씨의 설명이다.
다음날 서구 도마동과 중구 용두동 원룸 골목에서는 중간수거용기 뚜껑 위에 쌓인 검은 비닐봉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음식물쓰레기 전용 배출용기에 담아 스티커를 부착해 배출해야 할 음식물쓰레기를 비닐봉지째 수거용기 주변에 버렸고, 그렇게 버려진 비닐봉지가 10개쯤이 되어 보였다.
덕분에 들고양이들이 여러 비닐봉지를 뜯은 후 담긴 음식물 찌꺼기를 먹었다. 저녁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었다.
처리방식에 맞춰 배출돼야 할 쓰레기와 재활용품 상당수가 대전에서도 무질서하게 배출되는 실정이다.
전용수거용기에 담아야 할 음식물쓰레기를 비닐이나 종량제봉투에 버리거나 재활용품 봉투에 분류하지 않고 담거나 아예 생활쓰레기를 넣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원룸이 밀집한 주거지역과 일부 상업지역에서 생활쓰레기 무단배출이 공통으로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쓰레기 무단투기가 빈번한 지역에 경고 팻말을 붙이거나 화단을 조성해도 효과는 그때뿐이다.
서구 도안동의 쓰레기 자동투입장치에 'CCTV 단속 중'이라는 경고 팻말이 붙어 있어도 주변에 버려진 생활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투기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도 발견됐다.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 모두 '대문 앞 배출 후 수거'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집 앞에 배출해서는 제대로 수거되지 않는다는 것.
민간업체가 차량 2~3대로 한 개 자치구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품 수거를 전담하고 있어 동구 대동 등 주택가 상당수 골목에 수거 요원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수거되도록 재활용품들이 골목 한곳에 모이기 시작해 그 주변이 오염되고 이후 여러 쓰레기도 함께 버려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또 음식물과 종량제봉투, 그리고 재활용품 수거와 거리 청소가 모두 다른 기관에서 맡다 보니 생기는 문제도 있다. 등받이 의자나 폐가전제품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 물품은 재활용품이 아니어서 민간업체는 수거하지 않았다. 생활쓰레기도 아니어서 도시공사도 가져가지 않았다. 일반쓰레기도 아니다보니 구청 소속 거리청소요원도 치우지 않아 골목에 오랫동안 방치되기도 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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