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구 밀집지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2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주택가에 각종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원·투룸 등이 주로 밀집한 다가구 주택가가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채 방치되고 있다. 거주자 특성상 쓰레기를 제시간에 제대로 버리지 않는데다, 종량제봉투에 담지 않은 무단 투기와 '남의 집' 앞에 버리는 얌체행태 등이 만들 어낸 합작품이다.
자치구마다 최첨단 장비와 세밀한 쓰레기 수거방식 등 나름 효율적이고 앞선 제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유독 다가구주택가에서만 통하지 않는 실정이다.
본보가 생활쓰레기 실태 파악을 위해 대전 서구 갈마동과 월평동, 도마동, 탄방동, 유성구 궁동, 중구 용두동 등에 밀집한 다가구 주택가를 최근 3일간 오전과 야간으로 나눠 확인한 결과, 여러 요인이 복합되면서 다가구 주택가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자치구 조례에 따라 다가구주택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생활쓰레기는 매일 지정된 시간에 배출해야 한다. '문전 앞 배출'이 원칙이며, 골목 수거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다. 집 앞 골목 한 곳에 모아놓으면 대전도시공사와 자치구의 수거 요원들이 일일이 골목을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차량이 다닐 수 있는 큰 길가로 옮겨놓는다. 그걸 수거차량이 싣고 처리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은 매일이 아니라 자치구 동별로 지정한 날짜에 배출해야 당일 거둬간다. 하지만, 일부 단독주택을 제외한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는 사례가 상당히 적었다.
다가구 주택에 사는 이들의 특징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게 현장 업무자들의 얘기다.
통상 원ㆍ투룸으로 불리는 다가구 주택에는 주로 젊은 층이 산다. 대학생이거나, 야간에 주로 일을 하는 직업 등이며 거주기간도 평균 2년 정도로 짧다. 대부분 주택 내에 주인이 함께 살지 않는 것도 일반 주택과 다르다. 그러다 보니 소속감이 없고 관리할 사람도 없다. 말 그대로, 잠시 스쳐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자치구가 수많은 홍보전달을 배포하고 통장들이 일일이 다니면서 문을 두드리지만 '쓰레기 제대로 버립니다'라는 얘기가 통하긴 커녕 쉽게 만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려 해도 책임 소재 입증이 쉽지 않고 CCTV로 실시간 감시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중무장을 한 채 태연히 버리고 사라진다.
물론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유성구가 무단투기가 심각한 지역을 옮겨다니며 화면과 음성(경고방송)을 활용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했더니 효과가 있었다. 경남 양산시는 다가구주택 인ㆍ허가 때 주택 내 공간을 확보해 아파트처럼 생활폐기물보관함을 설치하도록 권고했더니 민원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시민의식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지키는 이들의 의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막대한 세금으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시민이 이를 지키지 않아 스스로 낸 혈세를 낭비하는 셈이다.
전재현 대전시 자원순환과장은“외국의 선진국과 비교해도 생활쓰레기 관련 정책은 상당히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규제를 통해 의식을 바꾸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선다면 생활쓰레기는 물론 여러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정성직 기자 noa790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