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하라는 입법 기준까지 제시했다. 대전 유성구, 천안, 청주 흥덕구를 중심으로 이 결정을 적극 반영해 의석수를 늘릴 호기다. 인구 최대 30만명, 최소 10만명선은 기존 선거판도의 혁신적인 변화를 뜻한다. 물론 시ㆍ도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 행정구역, 지세, 교통 기타 여건을 고려하는 복잡한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선거구 증설의 호재인 동시에 새로운 갈등의 소재일 수도 있다. 선거구 증설을 통한 충청권 세력화는 다른 지역의 정치력 감소와 연결된다. 따라서 표의 등가성 원칙 위반의 기준이 된 호남권을 비롯해 타 시ㆍ도 국회의원과의 교감도 웬만큼 이뤄져야 한다. 수도권과 영호남을 포함한 전체적인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 변화 적용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충청권부터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헌재가 밝힌 '선거권, 평등권' 등 헌법 정신 구현을 위해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이지만 막상 뺏고 빼앗기는 모양새가 되기 마련이다. 인구 편차만을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현저히 누그러지게 됐다. 그럼에도 2대 1의 큰 테두리 내에서는 인구 비례 원칙이 언제나 만능은 아니다. 정치적 새판 짜기의 소용돌이에서 충청권 '집안싸움'으로 번질 우려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현행 선거구는 기초단위 행정구역 위주여서 협상 과정에서 변수가 많다. 갈등 소지는 곳곳에 잠복해 있다. 호남 정치권의 반발 등 입법화 과정에서 진통이 만만찮을 것이다. 충청권은 영남권과 비교해도 과소대표됐다. 법 개정 시한인 내년 말이면 20대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이다. 정치 판도가 요동치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지 않고 민감하게 반응할 게 뻔하다.
불합리한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은 투표 가치의 평등성과 지역 대표성을 되찾는 일이다. 어찌 보면 지역 차별 하나를 없애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의석수 증설에 관한 단일안을 만들어야 하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도시와 농촌 간에도 새롭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마저 있다. 지역 유권자의 대표성을 회복하는 계기라는 공감대가 절실하다. 끝으로 의석수 조정 문제를 놓고 정치권 화합을 깨거나 지역주의처럼 비쳐져 고립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