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아파트 병풍… 대전 도안농경지 일조 피해

오후 3시부터 거대한 그림자 과수 재배단지 뒤덮어 수확 지연·상품성 하락·난방비 부담까지… 농가 시름

▲ 대전 서구 도안농경지 비닐하우스에 29일 오후 3시가 지난 시간부터 고층 아파트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대전 도안신도시의 초고층 아파트로 인해 인근 농경지가 햇빛을 받지 못하는 일조피해를 입고 있다. 태양이 낮게 뜨는 겨울철에 농경지 일조량 부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 하우스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9일 오후 3시 30분 대전 서구 도안신도시의 농경지는 해가 진 듯 그늘에 뒤덮였다. 오후 3시쯤 농경지 서편에 있는 고층 아파트 옥상에 태양이 걸리는듯 싶더니 어느새 아파트 숲 뒤로 넘어가 있었다.

오전 8시 월평공원 위에 떴던 해가 서쪽으로 약간 기우는 오후부터 농경지에 그늘이 드리우는 것이다.

특히, 햇빛을 받아 온기를 유지하는 비닐하우스는 아파트 그림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햇빛을 받는 시간에 비닐하우스 내부는 섭씨 40도까지 올라 난방하지 않고도 작물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림자가 지는 시간부터는 하우스 내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때문에 도안 농경지에서는 토마토와 오이가 제대로 숙성하지 않아 열매에 색깔이 들지 않거나 여물지 않아 수확이 늦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민 김택술 씨는 “도안농경지에는 오이·포도를 하우스 내에서 키우는데 가을부터 해가 아파트에 가려 그늘져 쉽게 익지 않는다”며 “작황이 예년만 못하다”고 전했다. 더욱이 도안 농경지 농민들은 올 겨울을 보낼 걱정이 크다.

고층 아파트에 가려 일조 시간이 짧아진 만큼 비닐하우스에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보일러 가동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이같은 일조권 침해에 따른 작물피해에 대해 행위자가 보상하도록 중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농민들은 더이상 도안농경지에서 농사짓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도안호수공원 보상이 제때에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또다른 농민은 “높게 지어진 아파트에 가려 농경지에 햇빛이 부족하고, 호수공원 개발때문이라도 이전할 수 밖에 없다”며 “내년 7월 전에 보상이 이뤄져야 농민들이 다른 곳에서 농사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