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설비공사 납품비리 '엄벌'

업체대표·전 공단직원 징역 2년 선고… 부품단가 '5배 뻥튀기' 무죄 판결

철도 납품 비리 등 일명 '철피아'사건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잣대로 관련자들에 실형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황의동)는 배임증재와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철도 설비 납품업체 대표 최모(44)씨에 징역 2년을,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직원 김모(49)씨에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145만원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최씨는 2012년 호남고속철도 선로변 광영상전송설비 시설공사의 설계와 관련, 자사 제품이 기술과 가격 등에서 유리하도록 설계에 반영해 달라는 취지로 철도 통신설비 설계업무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1억145만원을 교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또 아파트 구입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허위 퇴직금 3억6933만원을 횡령하고, 직원을 채용한 것처럼 꾸며 3억2964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철도시설공단에 근무하다 퇴직 후 철도 통신설비 업체 이사로 있는 김씨는 최씨로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황의동 재판장은 “피고인 최씨는 철도 통신설비 업무 담당자에게 거액의 금품을 공여해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고속철도 운영 및 관리업무에 공정성을 침해한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다”며 “피고인 김씨 역시 장기간에 걸쳐 1억원이 넘는 거액을 차명계좌를 통해 수수한 점, 2005년 4월 철도시설공단 근무 당시 뇌물수수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판단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에 대해 기소한 부분에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서로 짜고 2012년 3월 김씨가 맡은 호남고속철도 선로변 광영상 전송설비 시설공사 설계에 최씨 업체의 부품을 반영하고 부품단가를 5배 부풀린 견적서를 공단에 제출, 같은 해 9월 공사 발주 후 지난해 11월 민원 제기로 공단 감사가 시작돼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22억6000여만원의 대금을 받아 낸 혐의로 기소됐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