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쯤이면 떠오르는 한 폭의 그림이 있다.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한 손에는 낚시로 낚아 올린 물고기 여러마리를 꿰미에 꿰어 들고 가는 시골 아저씨의 모습이다. 요즘은 여러가지 쓰임새에 맞춘 그릇들이 많이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를 파서 만든 그릇이나 박을 타서 만든 바가지 그릇들이 거의 전부였다.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릇들이 등장한 것은 요즈음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매우 오래된 일처럼 생각되지만 그런 소재들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처음에 이런 그릇들이 쓰일 때만 해도 신기한 첨단소재로 만든 그릇이었고 값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보물 다루듯이 하면서 아껴 쓰던 때가 바로 엊그제이다. 이런 그릇들이 요즘처럼 흔하게 쓰이기 전에는 꿰미나 노끈 등이 많이 쓰였다.
꿰미는 질긴 풀이나 짚줄기와 가는 새끼줄, 심지어는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이용하였다. 메뚜기나 방아개비 등 곤충들을 잡으면 강아지풀 같은 가늘고 길면서 질긴 풀줄기에 아가미를 꿰어서 들고 다녔다. 낚시꾼들이 낚거나 그물로 잡은 비교적 큰 물고기들은 짚줄기를 여러 개 뭉쳐서 꿰거나 가는 새끼줄이나 부드러워서 잘 부러지지 않는 나뭇가지에 꿰어서 들고 다녔다. 밤과 같은 작은 열매들은 바늘로 실에 꿰어서 갖고 다니곤 하였다.
요즘은 포장술이나 저장기술이 좋아서 쉽게 상할 수 있는 음식물들을 잘 보관하면서 오래도록 먹을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이가 긴 갈치 등은 소금에 절여서 꿰미에 꿰어 추녀 밑에 매달아 놓고 한 마리씩 떼어내 요리를 하곤 하였다. 소금에 절이지 않아도 소금기를 머금고 있는 긴 미역 등도 처마 밑에 달아놓고 필요한 만큼 떼어다 음식을 하곤 하였다. 갈치의 경우는 점점 삭아서(발효) 더욱 감칠맛이 있었고, 미역의 경우는 건조하여 습기가 적을 때는 흰 소금결정들이 보이고, 습기가 많을 때는 습기를 머금어서 질척거리기도 했기 때문에 왜 그럴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강아지풀 꿰미로 메뚜기를 꿸 때, 가녀린 강아지풀 끝이 뭉그러져 잘 꿰어지지 않아 질긴 쪽을 구부려 꿰던 기억 또한 새롭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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