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없다는 게 주요 원인이다. 26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지난 4월까지 석면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며, 도교육청은 이날 현재 실질적으로 조사대상인 865개 학교중 700여개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10개 학교중 8개교에서 석면 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에서 석면 자재를 사용한 학교는 앞서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심각하다.
2009년 조사 당시에는 94%에 이르는 학교가 석면 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결과는 2012년 12월 시점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증가수치를 보였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었던 김영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충남지역 전체 초·중·고 1224개교중 96%인 1172개교에서 석면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이른바 '석면 학교' 비율이다.
그나마 올해 상황은 상당히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80%가 넘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석면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석면은 잠복기가 약 20~30년으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극소량만 유입돼도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 때문에 학생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석면자재 사용학교에 대한 지적사항 등은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다.
올해도 도내에서는 환경부 고시에 따른 낮은 등급이지만 공주지역은 대상학교 86곳을 조사해 무려 80개 학교가, 서산지역은 93개 대상중 81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문제는 석면의 위험성을 알고서도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바로 예산때문이다. 석면이 검출된 도내 학교시설물을 철거하고 다시 시설하려면 최소한 2700억원이 필요한데 지방교육 재정으로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기껏해야 한해 10억원 정도 예산을 편성해도 거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게 도교육청측의 설명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몇십년이 지나도 학교 현장은 석면 공포를 감수해야 한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석면의 위험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어려운 지방교육재정이 발목을 붙잡고 있어 아쉽다. 비단 충남지역의 문제만 아니다. 전국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정말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다. 그래야 석면학교 문제는 시급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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