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시즌, 예식장 인근 교통지옥

주말 도로ㆍ아파트단지 불법주차 아수라장 일부 전시ㆍ관람시설 신고… 규제 회피 꼼수

▲대전 유성구 도룡동 호텔ICC 주변이 주말 예식 차량의 불법 주정차로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25일 주정차 단속예고에도 불구하고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이성희 기자

주말ㆍ휴일마다 예식장 주변 도로가 무질서와 교통정체로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으나 이를 단속할 행정당국은 뒷짐으로 일관해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일부 예식장은 규제가 약한 문화집회시설로 등록해 충분한 주차장을 확보하지 않거나, 교통유발부담금 부담도 회피하고 있다.

실제로 26일 낮 12시 30분, 유성구 도룡동의 한 결혼식장 주변 도로가 몰려든 각종 차량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타지역에서 올라온 하객용 차량은 아파트 앞 도로에 벽을 치듯이 주차돼 있었고, 그 옆으로 또 다른 승용차가 2~3중으로 주차돼 있었다.

예식장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량이 하나뿐인 입구 앞에서 꼬리를 물고 기다리면서 일반 차도까지 차지해 차량들이 중앙선을 넘어가야 하는 등 아수라장을 이뤘다.

때문에 예식장을 코앞에 두고 사는 이곳 주민들은 3분이면 나갈 수 있는 집 앞 골목을 주말마다 20분씩 차 안에서 길이 뚫리기를 기다리는 일은 반복하고 있다.

도룡동 주민 진모(57ㆍ여)씨는 “예식장에 주차를 못 한 차량이 주택가를 배회하면서 전방 부주의 교통사고도 빈번하다”며 “주말에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기가 두려울 정도여서 구청에 민원을 접수해도 그때 뿐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무질서는 서구 만년동과 유성 봉명동 등 대형 예식장이 있는 곳에서 주말마다 반복되고 있다.

같은 시각 예식장 두 곳과 돌잔치 전문점이 위치한 만년동 지역은 한낮인데도 차량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혼잡했고, 불법주차된 차량 틈에서 나온 보행자와 주행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특히, 대규모 차량 통행을 유발하는 예식장 일부는 전시장과 관람시설로 등록해 규제를 피하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

대전시는 조례를 통해 건축물 문화집회시설 중 예식장은 연면적 2300㎡ 이상부터 교통영향분석ㆍ개선대책 수립 대상이 되지만, 문화집회시설 중 공연ㆍ회의ㆍ전시장으로 등록하면 연면적 7500㎡까지 교통영향분석을 받지 않아도 된다.

또 건축물 용도를 전시장과 관람시설로 등록하면 예식장으로 등록한 경우보다 교통유발부담금이 15% 줄어들고, 관람장은 필수 주차장 규모도 예식장보다 적다.

대전 3곳의 예식장이 전시ㆍ회의장으로 건축물 용도로 등록하거나 문화ㆍ관람시설로 신고해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관련법을 어긴 것은 아니나 예식장 등록을 유도하거나, 복합적 용도를 따져 교통영향평가를 시행하기도 한다”며 “주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예식장 측에 주차장 확보와 안전요원 배치를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